반도체 수요 급증에 공급 부족 현상...조 단위 투자 배경
삼성전기, 올 하반기 국내 최초 서버용 FCBGA 양산 계획
삼성전기를 포함해 일본 이비덴, 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 국내·외 주요 기판 업체들이 수천억에서 수조원까지 패키지기판 투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제작에 필수인 패키지 기판 역시 품귀 현상을 보이면서다.
17일 삼성전기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기 패키지 기판의 생산실적은 70만 3000㎡(제곱미터)로 축구 경기장 100개 면적의 규모와 맞먹는 규모다. 설비 가동률 역시 100% 수준이다. 기판이 없으면 반도체를 제작하기 어렵기에 반도체 업체들이 투자를 제안하거나 가격을 올려서라도 물량을 확보하려고 하는 '공급 부족 상황' 덕분이다.
삼성전기는 앞서 6월에는 부산·세종사업장 및 해외 베트남 생산법인의 반도체 패키지 기판(FCBGA) 시설 구축에 30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베트남 법인에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시작으로 삼성전기가 기판 사업에 조 단위 규모의 대형 투자를 단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현재 삼성전기가 주력하는 반도체 기판은 FCBGA(Flip-Chip Ball Grid Array)다. 고집적 반도체 칩과 기판을 플립칩 범프로 연결하며 전기 및 열적 특성을 높인 패키지 기판으로 주로 PC, 서버, 네트워크, 자동차 등 고성능 및 고밀도 회로 연결을 요구하는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 처리장치)에 사용된다.
그 중에서 서버용 FCBGA는 '패키지 기판 끝판왕'으로 불린다. 일반 PC용 대비 면적이 4배 이상 크고 내부 층수도 2배 이상이기 때문에 기술력 한계로 현재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등 일부 업체에서만 생산이 가능한데, 삼성전기는 올해 하반기 국내 최초로 서버용 FCBGA를 양산해 하이엔드 제품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삼성전기는 차세대 패키지 기판 기술인 SoS (System On Substrates)에 집중하고 있다. 2개 이상의 반도체 칩을 기판 위에 배열해 통합된 시스템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초미세화 공정이 적용된 패키지 기판인 SoS는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리는 차세대 기판의 핵심이다.
삼성전기 측은 올해 패키지 기판 시장 규모를 113억 달러(한화 약 14조8934억원) 수준으로 예상하며 2026년에는 170억 달러(한화 약 22조4060억원)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5G 안테나, ARM CPU, 서버, 전장, 네트워크와 같은 산업 ·전장 분야를 주축으로 해서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관측 중이다.
1991년부터 기판사업을 시작한 삼성전기는 1997년 BGA(FC-CSP) 첫 양산, 2002년 FCBGA 첫 양산에 성공했다. 그중 부산 사업장은 2004년 세계 최초로 가장 얇은 두께(130um이하)의 FCBGA를 양산하는 등 삼성전기 FCBGA의 핵심 전략 기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기 측 관계자는 "30년 간 축적된 설비와 공법 노하우로 미세회로 및 미세홀 구현, 신뢰성 확보를 위한 절연재료 개발, 기판내 수동 소자 내장 기술(임베딩) 등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세계 유수의 기업들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특히, 플래그십 모바일 AP용 반도체 패키지기판(FC-CSP)은 점유율과 기술력으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기는 국내 다른 업체보다 대규모의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고, 부산사업장은 하이엔드 제품 생산 기지로 전문화해 패키지 기판 사업 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