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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시대 개막③] 외인 썰물 속 ‘빚투’ 개미 투자자들 패닉


입력 2022.07.16 07:00 수정 2022.07.15 16:50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한은 빅스텝 이어 이달 말 연준 울트라스텝 가능성

금리 역전에 환율 급등으로 증시 유동성 위축 우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을 보행자들이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한국은행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 단행에 이어 이달 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결정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의 불안감은 더욱 증대되는 모습이다.


16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달 말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이 확실시되면서 증시 유동성 위축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갈 가능성이 있는데다 개인 투자자들은 높아진 금리에 투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발표된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로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도 이러한 우려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6월 미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9.1%로 9%대 물가 상승률은 지난 1981년 11월 이래 약 41년만에 최고치였다. 전월인 6월(8.6%)은 물론 시장 전망치(8.8~9.0%)를 모두 뛰어넘은 수치였다.


연준은 지난달 중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한데 이어 이달 26일(현지시간)과 27일 양일간 개최하는 회의에서도 자이언트스텝이 예상돼 왔다.


광범위한 인플레 압력 확인…고심 깊어진 연준

하지만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으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예상보다 높은 물가상승률로 시장에서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넘어 울트라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1%p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외신들의 보도도 쏟아졌다.


연준 위원들이 잇따라 1%p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언급하면서 다소 진화되는 모양새지만 가능성은 남아있다. 금리 인상이 기대 인플레이션(미래 인플레이션·향후 물가상승률)을 완화시키기 위한 연준이 가진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같은 매파적(긴축적) 성향인 위원들간에도 뤼앙스가 미묘하게 엇갈리는 점도 이같은 복잡한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금리를 0.75%p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1%p 인상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연준이 소임을 다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면서 0.75%p 인상을 지지했다. 하지만 그는 “금리를 지나치게 많이 올리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향후 발표되는 소매판매나 주택 관련 경제지표에 따라 견해를 바꿀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여지는 남겨뒀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전경.ⓒAFP/연합뉴스

증권가에서도 연준이 이번에도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지만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 때문에 울트라스텝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짐에 따라 미 연준의 1%p 인상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며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와 월러 연준 이사 등이 0.75%p 인상안을 지지한다고 주장했지만 높아지는 물가 압력을 완화시키겠다는 미 연준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금리 인상 속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때문에 이달 말 연준의 행보에 따라 국내 금리 인상 기조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앞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3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빅스텝을 단행하면서도 향후 큰 변수가 등장하지 않는 한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p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한 바 있다.


하지만 미 연준이 이달 말 울트라스텝을 단행하면 당장 내달 25일로 예정돼 있는 다음 회의에서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둘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연이어 빅스텝이 단행될 경우, ‘빚투’(빚내서 투자) 등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조달에도 악영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리 역전에 환율 상승으로 외인 자금 이탈 부채질 가능성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말 연준이 어떠한 결정이 내리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한·미간 금리역전으로 인해 해외로의 자본 유출은 이뤄질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초 한국(1.75%)과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1.50~1.75%)이 동일했던 상황에서 한은이 빅스텝 단행으로 2.25%까지 올렸지만 미국이 자이언트스텝만 단행해도 2.25~2.5%로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다만 연준이 울트라스텝을 단행되면 2.5%~2.75%까지 오르면서 기준금리 하단도 겹치지 않는 완전한 금리 역전 상황이 되는 것이다. 양국간 금리가 역전되면 자본 유출이 불가피한데 여기에 더해 격차까지 벌어지면 그 폭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6.15~7.14·22거래일)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2조3507억원을, 코스닥시장에서 4304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전 같은기간(5.12~6.14·22거래일) 동안 각각 1조6615억원과 2196억원을 순매도한 것을 감안하면 매도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 연준이 자이언트스텝 단행한 이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가 커진 셈이다. 양국간 기준금리 상단이 동일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인 만큼 금리 역전이 현실화되면 이탈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여기에 최근 달러의 초강세로 1320원대를 돌파한 원·달러 환율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대비 14원 급등한 1326.1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2009년 4월 29일(1340.7원) 이후 13년 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엔·위안화 등 다른 통화들이 반등의 기미 없이 약세 흐름을 이어가면서 달러화 강세를 강화하는 양상이다. 이에 달러 초강세가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외국인의 자금 이탈은 가속페달을 밟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환율마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치솟고 있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채질하는 모습”이라며 “외국인 매도세 강화로 인한 증시 유동성 위축으로 지수 하방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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