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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김희선, K-막장 ‘블랙의 신부’ 자신한 이유


입력 2022.07.24 13:44 수정 2022.07.24 13:44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사람에게 등급을 매긴다는 것 자체가 외국 사람들에겐 신선하고 혹은 궁금해하는 소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90년대 활동을 할 때보다 소재가 다양해진 것 같다…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 같아, 배우로서 참 감사하다.”

배우 김희선에게 ‘블랙의 신부’는 새로운 경험들의 연속이었다.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나게 된 것도 그에겐 모두 즐거운 경험이었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김희선의 과감함이 데뷔 30년 차에도 늘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들을 만날 수 있는 비결이었다.


지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에서 펼쳐지는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그린 작품이다. 복수를 위해 욕망의 레이스에 뛰어든 서혜승을 연기했다.


ⓒ넷플릭스

‘블랙의 신부’는 남편의 불륜과 죽음 이후,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 상대를 향해 복수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주말 또는 아침드라마에서 흔하게 접하던 K-막장을 넷플릭스에 옮겨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었다. 그러나 김희선은 결혼정보회사 렉스의 존재가 ‘블랙의 신부’만의 차별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국내는 물론, 해외 시청자들을 함께 겨냥하는 넷플릭스의 특성상 이 차별점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도 믿었다.


“처음 캐스팅이 되고 이럴 때는 ‘오징어 게임’과 같은 작품은 나오지 않았을 때다. 촬영을 하면서 ‘오징어 게임’과 넷플릭스가 터지고 그러면서 나도 OTT라는 것에 전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코리아 넷플릭스만이 담을 수 있는 우리나라 문화가 있어 신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에게 등급을 매긴다는 것 자체가 외국 사람들에겐 어색하고, 어찌 보면 속물 같다는 생각도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외국은 데이팅 앱을 많이 사용하지 않나. 사진을 통해 호감이 가는 사람을 만나곤 하는데, 이런 소재가 외국 사람들에겐 좋게 보면 신선하고 혹은 욕하면서 궁금해하는 소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서혜승의 복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다소 답답한 전개가 이어지기도 했다. 여러 관계들이 얽히고 갈등이 쌓이는 과정을 찬찬히 쌓아가는 전개의 특성상 후반부 반전의 쾌감을 경험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그간 강렬하고, 통쾌한 활약을 주로 보여주던 김희선에게는 다소 낯선 캐릭터기도 했지만, 후반부 등장할 ‘김희선표 사이다’를 더 시원하게 보여주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서혜승은 때를 기다린 것이다. 역사를 보면 전쟁이나 불리한 상황에서 타이밍을 노렸다가 한방에 이기는 경우도 많지 않나. 혜승도 약간 그랬던 것 같다. 상대가 행복할 때 끌어내고, 그래야 더 처참한 꼴을 볼 수 있지 않나. 처음에는 답답하다, 고구마라고 하는데 그런 고구마가 있어야 사이다가 잘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혜승이 캐릭터들 중에선 답답한 면이 있었지만, 그래서 더 궁금증을 유발한다고 생각했다. 서혜승이 과연 어떻게 복수를 할지 궁금증을 유발하려고 했다.”


ⓒ넷플릭스

캐릭터는 물론, 공개 이후 글로벌 순위에 오르내리며 해외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는 것도 김희선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아직 실감이 나지는 않지만, SNS 등을 통해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는 다양한 팬들을 보며 신기함과 감사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전 세계 8위에 올랐다고는 하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알 것 같다. 아, 선물은 좀 많이 받았다, 해외 팬들에게. 예전에는 주로 중국어로 된 편지가 왔다면 이제는 아랍, 각 여러 나라에서 선물도 많이 온다. 아침마다 인스타 팔로워를 체크 하는데, 하루에 만 명씩 늘곤 한다. 곧 백만이 되지 않을까 기대 중이다. 사실 나는 SNS 세대가 아니라 싸이월드 세대였는데, 어려운 인스타그램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열심히 올려 보고 있다.”


홍보 과정에서 새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앞서 ‘블랙의 신부’ 출연진들이 홈쇼핑을 통해 작품을 홍보했는데, 낯설지만 새로운 홍보 방식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표했던 것. 김희선 또한 처음에는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새로운 방식들을 즐기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제일 반대를 했었다. 그런데 막상 하고 나니 후배들이 내가 제일 열심히 했다고 그러더라. ‘선배한테 또 다시 배신감을 느꼈다’, ‘왜 진행을 하냐’라고 후배들에게 되게 혼났다. 댓글도 다 읽고, 호스트에게 돌발 질문도 하곤 했다. 처음에는 반대도 했지만, 막상 가보니 정말 깜짝 놀랐다. 극 중 파티신 때 등장했던 세트가 구현되어 있는데, 정말 공을 많이 들인 흔적이 보이더라. 호스트 분께도 여쭤봤는데, 처음 보는 세트라고 하시더라.”


무엇보다 새로운 플랫폼이 생기면서 캐릭터도, 작품의 선택 폭도 더욱 넓어진 것에 반가움을 느꼈다. 30년 차 배우에게 ‘재발견’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 억울할 법도 했지만, 늘 새로운 작품, 캐릭터를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지금의 변화에 감사함을 표했다.


“90년대 활동을 할 때보다 소재가 참 다양해진 것 같다. 콘텐츠도 많아지고. 아이 낳은 40대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도 다양해졌다. 시대가 변하면서 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해외의 많은 다른 장르들을 시청자들도 봤기 때문에 이제는 많이들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 같아, 배우로서 참 감사한 일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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