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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독립공화국’이라도 선포할 생각인가


입력 2022.07.25 07:07 수정 2022.07.26 05:47        데스크 (desk@dailian.co.kr)

초거대 권력기관의 호기로운 등장

행안부 장관의 지휘는 못 받겠다?

이재명까지 경찰 독립 기치를 들다

지난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공룡처럼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수사권완전박탈)을 위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전광석화처럼 처리했다. 그 결과로 (권한의) ‘공룡 경찰’이 등장했다. 민주당식의 행태를 답습하게 될 경우 경찰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군림하게 될 개연성이 크다. 경찰은 국가 치안업무를 전담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수사업무까지 독점하다시피 하게 됐다. 검찰에 대한 사무친 원한이 경찰의 과잉비대화를 초래한 것이다.

초거대 권력기관의 호기로운 등장

얼마나 화급히 서둘렀던지 제도와 조직의 필수적 보완조치를 외면해 버렸다. 대선에서 패배해 정권을 놓치게 되자 ‘검찰수사권 박탈’만이라도 해치워야 한다는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든 결과였을 수 있다. 중대범죄수사청, 안보수사청 등의 설치 및 운영 제도 마련과 함께 경찰 권력에 대한 견제장치가 필수적이었지만 다 건너뛰고 말았다.


이런 무모한 입법 농단인지 농락인지를 당시의 거대집권여당은 씩씩거리며 해치웠다. 그 주된 배경은 아마도 ‘문재인과 민주당 정권’ 유력자들의 보호였으리라 추측된다. 이재명 의원도 당연히 보호대상에 포함됐을 법하다(이 의원은 그 정도로는 갑옷이 얇다고 여겼는지 국회의원직에다 당 대표직까지 겹쳐 입으려 현란한 재주를 부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비대해진 경찰을 통제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안에 경찰국을 설치키로 머리를 짜냈다. 민주당이 경찰을 권력의 공룡으로 만들어둔 채 손을 떼버렸으니. 새 정부로서는 ‘그냥 그대로 가자’고 손을 놓을 수가 없는 문제다. 대통령실이나 각 소관부처는 이른바 권력기관들과 소통·통제를 위한 조직을 두고 있지만 경찰과 관련해서는 그런 게 없다.


정부조직법 제34조 ⑤항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는 게 전부다. 그간엔 청와대가 민정수석실을 통해 경찰을 직접 지휘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대선 여론을 조작한 ‘드루킹 사건, 공수처장 후보감으로 거명되던 친정권 유력인사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등을 덮어버린 데서 청와대의 경찰 관리 실상이 적나라하게 노출됐었다.


대통령실이 직접 경찰을 관할하는 시스템이 폐지됐다. 제도 본래의 궤도로 복귀하는 것은 당연한 대처다.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회귀하는 것을 거부할 어떤 이유도 명분도 없다. 행안부 장관으로서는 경찰을 지휘할 제도적 수단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고 지배하자는 뜻은 아닐 것이다. 소통과 견제를 위한 통로 혹은 창구로서 경찰국을 두기로 했다고 이해가 된다.


청와대의 직접 관할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자성 확립의 여지가 넓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경찰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 직할 조직으로 존속되고 싶다는 것일까? 장관 소속이 되면 위상이 크게 떨어질 것 같아서? 그러면서 ’중립성·독립성의 훼손‘을 운위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이해하기가 정말 어렵다.

행안부 장관의 지휘는 못 받겠다?

이재명 의원까지 페이스북에서 기염을 토했다.


“정치권력에 대한 경찰 독립의 역사를 빼놓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거론할 수 없다.”

’경찰 독립의 역사‘라니?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지만 억지로라도 이해하는 척하기로 하자. ‘독립’! 좋다! 설마 새로운 공화국을 만들어 독립하겠다는 뜻을 아닐 터이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장관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의미이겠다. 나쁠 것은 없다. 그런데 경찰권 행사의 공정성은 누가 보장하고 책임지나?


이 같은 의문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독립’이 바람직하다고 하자. 그러려면 인사와 예산의 독립이 제1조건이다(치안 및 수사의 권한은 이미 확보돼 있으니까). 인사를 마음대로 하는 만큼 예산도 경찰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조세권은 정부 고유의 권한이니까 이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예산은 정부가 마련해주고 우리는 독립만 향유하겠다”는 식이라면 터무니없는 과욕이다.


민주당이 ‘경찰 독립’ 주장을 부추기려면 그 관할 주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부터 법으로 정할 일이다. 헌법을 고쳐 입법부나 사법부 정도의 위상을 확립시켜 주든가, 아니면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독립경찰의 깃발을 내걸게 하든가! 지금 기분으로는 국회 직할로 하고 싶을 수 있다. 그런데 그건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한다. 행정부에 두면서 대통령이나 장관의 관할을 받지 않는 독립기관으로 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이 점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법적 지위에 대한 보완도 시급하다. 이 또한 민주당 입법 횡포의 산물이다).


경찰로서는 청와대 비서실 직할조직이기보다는 행안부 장관 소속의 지위를 회복하는 게 치안과 수사의 독자성을 확보하는데 훨씬 유리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도 대대적 조직적 반발을 하고 나서는 까닭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 중에서도 전국의 경찰서장 190여명이 23일 회의를 열고 행안부 장관의 경찰국 신설을 성토하고 나선 것은 대단히 위험한 조직적 저항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현장출석과 화상출석을 통한 회의를 가진 후 도발적 입장문을 내기까지 했다.

이재명까지 경찰 독립 기치를 들다

“참석자들이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통제에는 동의하지만,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민주적 통제를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장관 소속의 조직이 장관의 지휘를 거부하고 이를 ‘역사적 퇴행’이라고 몰아가는 배경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이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을 울산 중부경찰서장에서 대기발령한 것과 관련해서 민주당은 “전두환 정권 식의 경고”라며 강력 반발했다. 경찰의 간부들이 정부의 행정적 조치에 대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나서는 것을 저지하기는커녕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인식인가? 문 정부 때 그런 인식을 가져서 ‘윤석열 내몰기, 검찰 박살내기’에 돌격정신을 발휘했던 것인지도 궁금하다.


특히 황운하 의원의 총경회의 역성들기가 눈길을 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총경들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그게 어려우면 과감히 직을 던지기 바란다.”

(황 의원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 기소당해 재판을 받는 처지다. 그는 지난 20년 총선 때 경찰공무원 신분으로 출마를 강행한 전력이 있다. 출마를 위해 법정 시한 안에 사직원을 냈지만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수리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당선무효 소송을 당했지만 법원은 사직원 접수 시점에 직을 그만둔 것으로 간주된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었다. 이후 황 의원은 검수완박에 앞장서서 맹렬한 투쟁의지를 과시했다. 울산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러니 어쩌라는 것인가? 현 정부의 방침에 맞서서 직을 걸고 투쟁하라는 뜻인 모양인데 경찰 후배에게 그런 훈수나 들다니! 그러기보다는 차라리 “경찰 독립 공화국 설립에 매진하라!”고 독려하는 게 낫지 않을까?


정부의 최고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경찰이든 다른 기관이든 그 궁극적 책임은 대통령이 진다. 그런데 직전 정권을 담당했던 민주당이, 막강한 권력을 향유하게 된 경찰을 대통령·행안부의 관할권으로부터 떼 내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저항세력이 되도록 충동질하는 인상까지 주고 있다. ‘경쟁’이 정당정치의 본질을 구성하는 요소라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지 않은가? 검수완박으로 경찰의 힘을 한없이 키워준 정당으로서의 책임의식을 한 번이라도 발휘해 주실 의향은 없는가?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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