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 개정·車손해배상법 시행
손해율 개선·운전자보험 확대 기대
운전자 사고 부담을 높이는 법들이 연일 개정되면서 손해보험사들이 표정관리에 나섰다.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강화된데다, 음주운전이나 뺑고니 사고 시 운전자가 보험사에 내야 하는 사고 부담금이 대폭 커지면다. 법 개정으로 운전자 과실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주는 운전자보험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국토교통부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부터 마약·약물, 음주, 무면허, 뺑소니 사고 시 운전자가 내는 의무보험 사고부담금의 한도를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 시행됐다.
사고부담금은 중대 법규 위반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사고 예방을 위해 사고를 낸 사람이 보험금의 일부를 부담하는 제도다
그간 자동차보험은 중대 법규 위반사고에 대해 의무보험 한도 내에서 사고 당 최고 대인 1000만원, 대물 500만원을 부과해왔다. 의무보험 한도를 넘는 피해액은 임의보험으로 보상하는데, 이 경우 부담금은 대인 1억원, 대물 5000만원이 한도였다.
새 법이 시행된 후, 해당 사고를 낸 운전자들은 의무보험 한도 내에서 피해자에게 지급될 보험금 전액을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대인 1명 당 1억5000만원(사망)·3000만원(부상), 사고 1건 당 대물 2000만원까지 부담하게 된다. 사고 피해자들이 늘어날수록 운전자 부담이 급증하는 구조다.
운전자들이 강화된 사고부담금에 부담을 느끼면서 장기적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손해율은 보험 가입자들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보험사들이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자동차보험은 손보사의 상품 중 비교적 손해율이 높아 골칫거리 상품으로 여겨졌다. 올해 들어 기름값이 급등하면서 자동차 이동량이 적어져 누적 손해율이 소폭 개선됐지만,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다시 사고 수가 늘면서 손해율이 치솟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된 고민이다.
다만 강화된 사고부담금으로 운전자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면서 전반적으로는 손해율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민식이법 등 교통, 운전 사고 관련 법이 강화되면 고통사고율 감소에 기여할 수 있고 손해율에도 일정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중순부터 운전자 중과실 책임을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것도 보험사에게는 호재다. 운전자보험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규 고객을 유치할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개정안 시행 이후 운전자는 보행자가 통행이 끝날 때까지 우회전을 할 수 없다. 건너려는 사람만 있어도 차를 세워야 한다. 또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의 통행여부와 관계없이 일시정지해야 한다. 스쿨존 등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할 경우, 운전자에게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벌점 10점이 부과된다.
업계에서는 의무보험으로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이 포화시장인 것과 달리, 운전자보험 시장은 아직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통한다. 최근 손보사는 물론 생보사들도 나서서 운전자보험을 판매하는 이유다.
손보사 관계자는 "치료비 뿐 아니라 변호사 선임비, 합의금 등 과실에 넓게 대비하려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손보사 운전자보험의 보장이 강화되거나 다양한 상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