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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강국 디딤돌 KTL①] '우주+소부장' 육성, 진주 우주부품시험센터가 해낸다


입력 2022.07.29 06:00 수정 2022.07.29 10:26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신의 한 수' 된 진주 우주부품시험센터 투자

2040년 1400조원 규모 우주산업시장 열린다

국내 최초 우주분야 全주기 시험평가 서비스 제공

KTL 우주부품시험센터.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세종시에서 남쪽으로 장장 3시간을 달려 도착한 진주 상평일반산업단지. 초입에 들어서자 나란히 서 있는 거대한 두 동이 기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한 개 동은 민간주도 뉴스페이스 시대를 대비해 설립된 '우주부품시험센터', 다른 한 개 동은 항공 핵심기술 자립화를 위해 세워진 '항공전자기 기술센터'다. 두 센터 모두 국내 시험·인증·평가 분야에 독보적 지위를 점해온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운영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명시한 경남 사천 항공우주청 설립과 맞물려 항공우주산업 육성과 지역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유관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신의 한 수' 된 KTL의 우주부품시험센터 투자

'가보지 않은 길'인 항공우주센터는 KTL로서도 모험이었다. 센터 건립에만 271억원이 투입됐다. 통상 공공기관의 부속기관 건립은 국비·지방비 등으로 대부분 충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KTL은 선제적인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사업 결정과정에서 내부 이견도 있었지만 지역경제 도약과 우주산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을 결정했다.


그중에서도 우주부품시험센터는 급성장할 우주산업 시장을 대비해 국내 최초 우주분야 전문 시험평가시설로 설립됐다. 우주산업은 발사체, 인공위성, 지상국 등 하드웨어 인프라와 항법장비 등의 제품, 위성서비스와 소프트웨어가 어우러져 막대한 부가가치가 예상되는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2040년 1조1000억 달러 규모로 예상된다. 무려 1400조원 규모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항공산업을 넘어 고부가 산업인 우주산업을 국가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들어선 정부도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우주산업 육성을 발표하고 민간이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을 선도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과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KTL의 우주부품시험센터는 우주산업의 기초체력이 되고 기반을 놓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부품시험센터는 작년 한 해에만 기준 국내 40개 기업을 대상으로 162건의 우주환경시험평가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79% 증가한 수치다. 특히 누리호에 들어가는 전장품에 대한 우주환경시험(궤도 등)을 적기에 지원하기도 했다.


박정원 KTL 부원장은 "항공우주산업이 앞으로 뜰 예정인데 지금 KTL에서 하는 것이 기초체력이 되고 기반의 뿌리가 될 것"이라며 "우주산업 성장의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기초산업을 튼튼하게 다져야 하는데 그 역할을 KTL에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주+소부장' 육성, KTL 우주부품시험센터가 해낸다

우주부품시험센터는 국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성장에 이바지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항공우주산업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소부장 산업 육성과 맞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도의 정밀함이 요구되는 항공우주산업은 '신뢰성 검토'가 필수적이다. 0.001% 확률로 성패가 좌우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주산업 부품에 수입산을 사용하면 핵심정보 접근이 불가해 부품 레벨의 신뢰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뢰성 검토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일례로 한 항공우주 산업체 A사는 외산 부품의 신뢰성 데이터를 요구했지만 해외 해당 기업으로부터 "데이터를 요구할 경우 부품 판매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전해졌다. 항공우주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관련 부품의 안전성과 정밀함,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신뢰성 데이터가 축적돼야 하는데, 이는 우리 기업의 부품을 대상으로 한 신뢰성 검토가 이뤄져야만 가능하다.


박 부원장은 "항공우주산업은 수많은 노하우가 축적된 헤리티지(유산)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산업이라 어디에 써봤고 장착해봤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국내 제조사에 장착할 기회를 안 주면 국내 항공산업이 성장할 수 없는 건 너무도 자명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KTL이 진주시, 경상국립대와 공동 개발한 초소형위성. ⓒKTL

KTL은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헤리티지를 쌓기 위해 진주시, 경상국립대와 공동으로 초소형위성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국산 부품을 이용해 개발한 초소형위성을 우주에 쏘아올리면 그 자체로 모의실험이자 실증시험 경력이 된다. 초소형위성을 쏘아올릴 발사체는 현재 미국 스페이스X 로켓, 누리호 3호기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


지난 6월 발사된 누리호에 탑재된 초소형위성 4기 중 2기(서울대, 조선대 개발)도 KTL 우주부품시험센터에서 시험인증을 진행했다. 서울대와 카이스트는 양방향 교신, 조선대는 한방향 교신에 각각 성공하고 연세대는 교신에 실패했다. 이를 단순히 성공과 실패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국산 소부장이 우주와 결합돼 국가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KTL은 조언했다.


특히 우주 소부장 산업이 성장하려면 국가적으로 정책적인 육성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KTL 관계자는 "일반산업은 제품을 여러 개 만들어 한 두 개 고장날 수도 있지만 우주산업은 매우 다른 분야"라며 "딱 한 대 쏘아올려 그게 실패하면 0이고 성공하면 100인 극단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다보니 부품 가격은 비싸지고 뛰어드는 기업이나 업체가 희귀한 것"이라며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발사에서 궤도까지' 전주기 시험인증 서비스 제공

우주부품시험센터 내부에는 국내 최초 우주분야 전문 시험평가시설이 구축돼있다. 모두 미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의 시험규격을 충족했다. 이를 통해 국내 우주환경 민간 수요를 충족하고 부품 국산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KTL에 따르면, 센터에서 진행되는 우주의 환경을 모사하는 시험은 크게 4가지다. ▲발사체의 진동과 충격 환경을 모사해 제품성능을 검증하는 '발사환경 시험' ▲진공, 태양노출, 밤낮 온도차 등 극한환경을 검증하는 '궤도환경 시험' ▲태양풍 등 우주환경의 전자파장해 성능을 검증하는 '전자파 내환경 시험' ▲소자급 부품이 위성수명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소자시험' 등으로 분류된다.


기자가 방문한 발사환경 시험장에는 실제로 발사체를 때려줄 수 있는 충격시험기를 통해 충격과 진동에 노출됐을 상황을 모의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우주부품시험센터 내부 시험실. ⓒKTL

또 궤도환경 시험실에서는 궤도에 올라가 극한의 환경에 노출될 때를 대비한 시험이 진행됐다. 진공상태인 우주에서는 위성이 태양을 보는 면과 보지 않는 면이 영하 70도에서 영상 120도까지 극단적인 온도차가 발생한다. 즉 진공상태를 만들어주는 게 핵심인데 국내에서 진공상태를 모사해 열충격 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렵다.


이에 비해 KTL 시험센터는 압력으로 열진공쳄버 내부 공기를 빼 진공상태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있다. 이를 통해 진공상태에서 온도를 올렸다 내렸다 해주는 모의 우주 열충격시험이 가능하다.


박 부원장은 "국내 최초 우주분야 전주기 시험평가시설로 구축된 KTL 우주부품시험센터는 경남지역이 국내 우주산업 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외산에 의존해온 소자급 부품·시험기술 자립을 통해 국산화 기반을 마련하고, 우주산업 전문인력 양성 및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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