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개봉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던 '브로커', '헤어질 결심'에 이어 '헌트'가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헌트'는 배우 이정재의 연출 데뷔작으로, 첫 작품부터 세계 3대 영화제인 칸에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화려한 신고식을 마쳤다.
다만 예술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칸 초청작이 흥행을 담보하진 않는다. 앞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브로커'가 정상급 배우들 기용, 칸에서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하며 작품성을 일찌감치 인정 받았지만, 극장 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입소문과 역주행으로 손익분기점을 통과하며 칸 초청작의 체면을 가까스로 살린 가운데, 이정재 감독의 '헌트'는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 첩보 액션 영화로, 칸에서 첫 공개됐을 당시 외신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영화는 박평호와 김정도가 같은 조직 내 스파이를 찾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며 긴장감을 조성하고, 스타일리시한 액션과 화려한 총격, 위협적이며 압도적인 카체이싱은 박수 받았지만, 결말로 향해가는 과정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와 스토리가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심리적으로 복잡하게 전개되는 이러한 장르에서는 더욱 엄격한 서사적 통제가 필요한데, 등장인물들의 비밀과 속임수가 너무 베일에 싸여 있어서 그들의 동기가 종종 불투명하게 느껴진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흥행을 점친다면 무리 없이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신 매체들이 '복잡한 첩보전 스릴러'라고 칭한 비밀과 속임수, 그리고 박평호, 김정도의 동기는 1980년대 군사정권을 시대적 배경에서 비롯됐다.
영화에는 아웅산 묘소 테러를 모티브로 한 사건이 등장하는데, 이 사건은 버마를 방문한 전두환을 노린 폭탄 테러로, '헌트'는 태국으로 옮겨 각색했다. 이외에도 광주민주화 운동, 장영자 금융 사기 등이 갈등 요인이 된다.
이같은 시대적 배경이 낯설다면, 이야기의 구조를 어렵다고 느낄 수 있지다. 그러나 교과서로 기본적으로 학습한 국내 관객에게는 익숙한 설정이다. 또 그 동안 '화려한 휴가', '26년', '택시 운전사', '1987', '변호인' 등 1980년대를 주제로 흥행한 영화들이 많았기에 국내 관객이 전개를 따라가는 건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이외에도 입체적인 캐릭터, 심리 첩보전, 액션 등에서 이정재 감독의 돋보이는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이정재라는 이름을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영화가 자체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
5월부터 '범죄도시2'가 달궈놓은 극장가를 현재 여름 대작들이 이어가고 있다. 다만 코로나19가 바꿔놓은 관람 환경 탓에, 재미가 없는 작품은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현재 개봉 일주일 만에 박스오피스 4위까지 떨어진 '외계+인',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퇴장한 '브로커' 등이 그 예다. 여름 대전의 마지막 주자 '헌트'는 '칸 초청작'이란 명예와 함께 흥행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