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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전환은 노동자 중심으로" 기아 노조의 경영권 침해


입력 2022.08.10 11:40 수정 2022.08.18 10:2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화성 전기차 공장 설립 발표에도 "국내 투자계획 더 내놔라"

글로벌 전기차 경쟁력 확보 위한 해외투자는 "철회하라"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가 10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국내 투자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기아 노조)가 회사측에 고용 보장을 위해 국내 투자계획을 내놓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기아는 오토랜드화성에 PBV 전기차 생산라인 투자를 발표한 상태지만, 다른 공장의 잉여인력 발생까지 고려해 투자계획을 세우라는 것이다.


기아 노조는 10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자동차산업 대전환기 미래고용 확보를 위한 국내 투자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주장을 밝혔다.


노조는 “현대차그룹은 국내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은 채, 미래고용과 관련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기아 광주공장에는 미래차에 대한 실질적 차종 투입 계획이 아예 없는 상태고, 경차를 생산하는 동희오토(협력사)는 전기차 시대에 자연도태를 피할 수 없는 사업장”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회사의 투자계획 자체가 미래 발전전략이 아닌 고용유지에 초점을 맞춰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자동차산업의 전환은 노동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로보틱스, 항공 모빌리티 등 신사업 전개 속에 신규 인원에 대한 고용이 창출되면 청년 일자리를 늘릴수 있고, 산업 전환으로 축소되는 기존 공정에 대한 대안으로 고용불안이 발생하지 않지만, 사측은 전반적인 투자 항목에 대해서는 아직도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노조의 움직임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인력 수요가 줄어 고용 불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수가 30%가량 적은 만큼 조립에 투입되는 인력도 그만큼 줄어든다.


노조가 조합원들의 고용보장을 위해 나서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기아 노조의 요구는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조합원들의 고용보장을 넘어 신규 채용이나 투자 내용까지 자신들의 요구에 따를 것을 주장하는 것은 경영권을 침해하는 월권이라는 것이다.


기아와 현대차는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인력수요 감소에도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대신 생산직 신규채용을 최소화하면서 정년퇴직을 통한 자연감소로 인력수요 감소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측에 생산직 신규채용을 종용하면서 고용 규모를 유지하되 잉여인력의 일감 확보를 위한 신규 투자를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해외 주요 시장에 대한 투자가 불가피하지만, 무작정 국내 투자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만 앞세운다.


노조는 “무분별한 해외 투자와 저임금 노동을 늘리는 방향의 전기차 생산 방식을 철회하고 국내공장 투자를 통한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측이 국내 투자에 소극적인 것도 아니다. 기아는 지난 5월 오토랜드화성에 수천억원을 투입해 연간 최대 15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PBV(목적기반모빌리티) 전기차 전용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30년까지 현대차와 기아 도합 144만대의 연간 전기차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두 회사의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의 45%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기존 내연기관차보다도 국내 생산 비중이 높다.


이 목표까지 어떤 방식으로 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경영진이 판단해야 할 몫이다. 노조가 매년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무기로 일일이 간섭할 일은 아니라는 게 재계 시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도 고용보장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것은 기업의 윤리적 책임이지만, 산업 전환 대응 자체를 근로자를 중심에 두고 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발상이자 경영권 침해”라면서 “기아 노조의 주장대로 해외 투자를 중단하고 국내 고용인력 규모 유지에만 초점을 맞춰 투자한다면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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