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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알고리즘 수중에 넣은 중국


입력 2022.08.21 05:00 수정 2022.08.21 04:59        데스크 (desk@dailian.co.kr)

알고리즘, 콘텐츠 공개순서와 맞춤형 정보 제공

텅쉰·바이두·알리바바, 中 당국에 알고리즘 제출

광고·수수료수입과 직결된 빅테크 핵심 영업기밀

中, 입맛대로 여론을 요리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중국 당국이 텅쉰·알리바바·바이두 등 빅테크의 핵심 알고리즘을 장악하면서 정부의 입맛대로 여론을 요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사진은 텅쉰그룹의 상하이 건물 전경. ⓒ 상하이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소비자 맞춤형 콘텐츠 제공을 결정하는데 쓰는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핵심 알고리즘을 수중에 넣었다. 중국의 인터넷 통제가 그동안 공산당과 정부에 불리한 콘텐츠를 검열·삭제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중국 당국이 입맛대로 여론을 요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지을 올가을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비판적 목소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감독기구인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國家互聯網信息辦公室·CAC)은 지난 12일 공고를 통해 텅쉰(騰訊·Tencent)·알리바바(阿里巴巴)·바이두(百度)·쯔제탸오둥(字節跳動·ByteDance)·샤오미(小米)·메이퇀(美團) 등 중국의 대표적 빅테크들이 제출한 ‘핵심 알고리즘’ 목록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알고리즘 목록은 ‘중국판 카카오톡’인 텅쉰의 웨이신(微信·Wechat)과 검색포털 바이두,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新浪)의 웨이보(微博), 알리바바의 쇼핑 플랫폼 티몰(Tmall)과 타오바오(淘寶), 짧은 동영상 플랫폼 쯔제탸오둥의 더우인(抖 音·중국판 틱톡), 샤오미의 류란치(瀏覽器·Browser), 음식배달 플랫폼 메이퇀 등 빅테크 24곳의 30개 앱 및 웹사이트 등이다. 14억 중국인은 즐겨 쓰는 것은 물론 중국에 거주하거나 잠시 머무는 외국인들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다.


알고리즘은 기업이 이용자의 사용기록과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배치하거나 추천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대부분 어떤 콘텐츠를 소비자들에게 먼저 노출할 것인지(순위 결정), 어떤 방식으로 맞춤정보를 제공할 것인지(특성화 서비스)에 관련된 것들이다. 텅쉰과 알리바바 등은 콘텐츠 공개순서 등을 결정하는 ‘순위 결정’ 알고리즘과 특정인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특성화 서비스’ 알고리즘을 당국에 제출했다. 바이두와 웨이보는 실시간 검색어와 핫이슈를 선정하고 사용자의 검색이력을 통해 관심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당국에 등록했고 티몰은 사용자의 클릭패턴과 추가구매, 판매량 등의 데이터를 활용해 품목을 정렬하는 방식을 공개했다. 메이퇀은 특정 주문에 대한 예상 배송시간을 계산해 배달기사를 연결해주는 알고리즘을 제출했다.


쇼핑 플랫폼 티몰과 타오바오의 핵심 알고리즘을 중국 당국에 제출한 알리바바그룹의 베이징사옥. ⓒ 베이징AFP 연합뉴스

포털이나 동영상 앱에서는 콘텐츠 조회 수가 많을수록 광고 수익을 많이 얻는다. 이를 위해선 ‘추천 콘텐츠’가 되거나 검색 결과 상단에 나와야 한다. 이 때문에 알고리즘을 광고나 수수료 수입과 직결되는 핵심 영업기밀로 취급하고 있는데, 중국 당국이 이를 손아귀에 넣게 된 것이다.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빅테크의 핵심 기밀이 정부에 완전히 넘어갔다”며 “빅테크가 사회문제를 일으키거나 잡음을 낸다면 중국 정부가 직접 개입해 서비스를 쥐락펴락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완벽한 빅브러더’(Big Brother)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알리바바그룹 창업자인 마윈(馬雲) 전 회장이 2020년 10월 ‘중국 당국의 금융 규제가 혁신을 질식시킨다’는 취지의 비판 발언을 한 뒤 시작된 ‘빅테크 길들이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당시 상하이(上海) 와이탄(外灘) 금융포럼에서 마 전 회장은 중국 당국의 금융정책을 “전당포” 수준이라고 폄하하는 등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고, 이후 그의 대외활동은 사실상 중단됐다. 알리바바그룹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가 갈수록 심해져 345억 달러(약 45조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앞뒀던 계열사 마이(螞 蟻·Ant)그룹 상장이 무기 연기됐고, 128억 2800만 위안(약 2조 5000억원) 규모의 반독점 과징금도 물어야 했다. 텅쉰과 메이퇀, 공유자전거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 등도 잇따라 규제를 받았다.


중국 당국이 주요 빅테크의 알고리즘을 장악함에 따라 ‘긍정적 콘텐츠’ 위주로 인터넷 공간을 ‘정화’하는데 한층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과거 텍스트와 사진 정보가 위주이던 사절까지만 해도 중국 당국은 검열과 삭제 위주의 인터넷 통제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 공간이 비약적으로 커지고 인터넷 공간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도 전통의 문자 키워드 검색만으로는 통제하기 어려운 동영상 위주로 바뀌면서 중국 당국은 알고리즘 장악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 지난 12일 공고를 통해 ‘인터넷 정보서비스 알고리즘 추천관리 규정’에 따라 빅테크 알고리즘 명칭과 등록번호를 공개했다. ⓒ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홈페이지 캡처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알고리즘 콘텐츠 추천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올 1월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과 공안부 등 4개 부처가 공동으로 ‘인터넷정보서비스 알고리즘 추천관리 규정’을 제정해 빅테크가 의무적으로 핵심 알고리즘을 당국에 넘기도록 요구했다. 이 규정은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 제공자는 주류 가치관을 견지하고 적극적으로 긍정적 에너지를 전파해야 하고 불법 정보를 전파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애국심 고취 등 ‘건전’한 콘텐츠를 대중에게 우선 노출하고, 반대로 사회주의 체제유지에 해가 된다고 판단하는 콘텐츠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알고리즘 추천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기업은 이용자 기록을 당국의 보안심사를 받도록 했다.


이 규정을 빌미로 중국 당국은 위챗과 웨이보, 더우인 등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애국심을 고취하는 ‘긍정적 에너지’를 중심적으로 사용자들에게 노출하도록 요구하는 한편 사회불만 표출, 당국비판, 재난재해 상황 전파, 경제난 부각 등 ‘부정적 에너지’에 관한 뉴스를 알아서 먼저 걸러 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코로나19 봉쇄로 불만을 표하는 동영상이나 글을 소셜미디어에서 차단하고 작성자가 어디에 사는지 위치를 공개했다.


세계적으로도 최근 들어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가짜뉴스, 여론조작 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알고리즘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미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는 “정부가 기업의 알고리즘을 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력히 반발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런 목소리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알고리즘 규제는 폭력적이고 유해한 콘텐츠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장점도 있지만,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탓에 단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중국 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뿐 아니라 중국 빅테크 산업발전도 저해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유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인터넷 기업들의 핵심 알고리즘을 수중에 넣은 만큼 중국 정부는 앞으로 친정부 또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콘텐츠만 내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 [자료: 신화통신 등 중국언론 종합]

중국에서는 2012년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인터넷 여론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대폭 강화됐다. 중국은 인터넷 공간을 정화한다는 이유로 올해 상반기에만 1만 2292개 사이트를 폐쇄했고, 4246건을 공안 당국에 수사 의뢰했다. 3491개 인터넷 플랫폼에 대해 중국 당국의 질책성 면담인 ‘웨탄’(約談)을 실시했고 283곳에 대해서는 벌금을 부과했다. 더우인, 타오바오, 웨이신 등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도 자체 단속을 강화해 규정위반 사용자계정 12만개를 폐쇄했고 235만 1000건의 동영상을 삭제했다.


이들 업체는 가짜 뉴스나 음란, 도박 관련 콘텐츠를 퍼뜨려 부당 이익을 얻는 등 관련 법규를 어겼다고 중국 관영매체들이 주장했지만, 여론통제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가·정권 전복과 관련되거나 통일·주권·영토·안보를 저해하는 내용의 방송을 금지하는 인터넷 방송 진행자 행동규범도 시행되고 있는데,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과 홍콩, 인권에 관한 이견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시 주석의 3연임 확정지을 올가을 당대회를 앞두고 극단적인 코로나19 방역정책인 ‘칭링팡전’(淸零方針·zero Covid policy) 고수에 따른 도시 봉쇄로 불만여론이 비등하면서 중국 당국이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 움직임을 원천봉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글/김규환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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