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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쇼트 시네마①] '매미', 고통스러운 변태일지라도


입력 2022.08.20 11:46 수정 2022.08.23 15:2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윤대원 감독 연출

김니나 주연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편집자주>



트랜스젠더 창현은 남산 소원길에서 몸을 팔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오랜만에 나온 밤의 출근길, 차 한 대가 멈춰 서고 창현은 의심 없이 올라탄다. 그런데 이 남자, 자꾸 창현에게 언제부터 여자로 살았냐느니, 수술은 어디서 했느냐느니 말이 많다. 창현은 귀찮은 듯 대충 상대해 주는데 묘한 기시감이 들이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기억해 냈다.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일까. 어떻게 찾아왔냐는 창현에게 남자는 "이렇게 살지 않을 수도 있었잖아", "나이 들고 비참하잖아" 등의 모진말을 쏟아낸다. 마치 두 사람은 전 애인 사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남자의 말은 단순히 트랜스젠더의 길을 선택한 창현에게만 한정돼 보이진 않는다.


누군가 응원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이나, 평범하길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처럼도 들린다. 보는 이에 따라 남자의 대사 범위는 더 넓어질 수 있다.


남자는 창현의 삶을 폄하하지만 오히려 창현은 그를 안아주며 위로를 건넨다. 그리고 극이 흐를수록 전 애인 사이로 보였던 두 사람의 관계가 순식간에 변한다.


'매미'는 지난해 칸 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2등 상을 받은 윤대원 감독의 작품이다. 매미의 유충은 땅속에서 나무뿌리의 수액을 먹고 자라다가 지상으로 올라와 등껍질을 벗어내고 성충이 된다. 이 과정을 '진짜 나'로 살고 싶어 하는 창현을 비주얼적으로 표현했다.


또 매미는 용산 의경들의 무전 음어로 성매매를 목적으로 남산 소원길에 서 있는 트랜스젠더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이 영화 제목을 '매미'라고 지은 윤대원 감독의 선택을 납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영화의 엔딩은 그야말로 찢었다. 감탄사나 비유법이 아닌 매미가 변태하는 과정처럼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창현은 서글프고 구슬픈 몸부림으로 자신을 찢고 나온다. 17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메시지와 미쟝센을 고루 담은 이같은 강렬한 단편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쉽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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