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사장 2년 만에 부회장 승진…그린에너지·방산 '드라이브'
태양광·수소 글로벌 투자 확대 및 방산 통합 시너지 구축에 역량 발휘
한화솔루션과 (주)한화의 전략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김동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한화그룹이 미래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확장 뿐 아니라 우주항공사업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창줄한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다.
수요가 뚜렷하게 확대되고 있는 태양광 사업 투자를 확대할 뿐 아니라 해외 진출을 가속화해야하는 방산 부문 사업 확장을 위해 김 부회장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그룹은 29일 ㈜한화 전략·글로벌부문·모멘텀부문, 한화정밀기계, 한화건설,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Q에너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H2Energy 등 9개 계열사 대표이사에 대한 내정 및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부회장으로 승진한 김동관 사장은 기존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더해 ㈜한화 전략부문·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도 함께 맡게 됐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가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그린에너지, 항공우주사업을 각각 영위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오랜 기간 축적해온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을 십분 발휘해 이들 사업이 성과를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 그는 2020년 1월 출범한 한화솔루션 사장을 맡아 태양광 및 그린수소 사업을 고도화하는 데 역량을 발휘해왔다. 한화솔루션은 한화케미칼이 자회사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한화글로벌에셋(존속 법인)'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신설 법인)'으로 분할한 뒤 신설 법인을 흡수 합병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합병 이후 성과는 안정적이다. 지난 2분기에는 태양광 사업 흑자로 통합법인 출범 이후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태양광 사업을 맡고 있는 한화큐셀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고부가가치 주택용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한 결과다.
태양광 모듈 가격은 기후 위기 대응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화석 연료의 불안정한 공급에 따라 전력 가격이 오르고 있는 데다, 각국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신재생 에너지 확대에 나서면서 꾸준히 오르고 있는 추세다.
이뿐 아니라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로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한화큐셀이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RA는 태양광 사업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대폭 강화해 현지 진출 기업들의 투자 유인을 확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미국 정부의 막대한 세제 정책과 높은 현지 수요가 맞물리면서 한화큐셀의 글로벌 장악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다.
태양광 뿐 아니라 그린수소 투자에도 한화솔루션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물로 분해(수전해)해 만들기 때문에 가장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솔루션의 수소 사업은 수전해 기술 개발을 비롯해 수소의 저장·유통을 위한 수소 탱크 사업 확대까지 이어진다.
고압 탱크 기술 확보를 위해 한화솔루션은 고압 탱크 업체인 시마론(Cimarron) 지분 100%를 인수했다. 아울러 약 600억원을 투자해 연말까지 미국 앨라배마주에 고압탱크 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한화솔루션은 주요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서도 그린수소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수전해를 하기 위한 에너지원(태양광, 풍력 등)은 한화큐셀로부터 확보하고, 만들어진 수소를 운반 또는 저장하는 역할은 한화케미칼 첨단소재 부문에서 담당한다. 수소 산업 투자를 통해 수소 밸류체인을 적극적으로 확장함으로써,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드라이브는 김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앞서 김 부회장은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한·미 양국의 경제·기술 동맹을 태양광 분야까지 확대하길 원한다”며 양국간 경제 협력을 요청한 바 있다.
미래 사업으로 강력히 추진중인 방산 사업의 경우, 최근 인수·합병을 완료한 만큼 조직 안정화 및 수출 확대 등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다.
앞서 한화그룹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달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산 관련 계열사를 인수·합병하고, (주)한화가 한화정밀기계와 한화건설을 인수·합병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업 재편을 실시했다.
3개 회사에 분산돼 있던 한화그룹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모으는 한편 ㈜한화에서 물적분할된 방산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해 명실상부한 종합방산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회사를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비전도 공개했다.
특히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관련 기술에 참여해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우주사업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 나갈 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999년부터 발사체 사업에 참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 제작과정 당시 75t급 액체 엔진은 물론, 누리호에 탑재된 6개의 엔진을 모두 조립해 납품한 경험이 있다.
특히 75t급 액체 엔진은 독자 기술로 개발, 비행시험을 통해 성능 검증까지 마친 최초의 우주발사체 제품으로, 영하 180도에 달하는 극저온의 액체 산소와 연소 시 발생하는 3300도의 초고온을 모두 견딜 수 있는 등 성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그룹 내 우주사업 협의체인 '스페이스허브'를 통해 우주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장점으로 꼽힌다. 스페이스허브는 발사체와 위성 등 제작 분야와 통신 등 서비스 분야로 나눠 연구·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그룹의 5년 투자액 37조6000억원 가운데 방산·우주항공 분야 투자액은 2조6000억원을 차지한다.
이 같은 우주항공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에는 김 부회장의 역량이 절대적이다. 김 부회장이 가진 사업적 통찰력, 축적된 경험과 글로벌 시야를 바탕으로 해외 수출 확대는 물론 안정적인 수익구조 창출에 사업 수완을 십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다.
한편 이번 한화그룹 인사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에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사장)가 김동관 부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한화솔루션/첨단소재부문에는 김인환 한화토탈에너지스 수지사업부문장(부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이번 인사는 대내외적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지속적인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시장 선점을 위해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 중인 회사를 중심으로 전략 및 사업 전문성이 검증된 대표이사를 내정 또는 재배치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는 평가다.
내정된 대표이사들은 각사 일정에 따라 주주총회와 이사회 등을 거쳐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