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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우영우’ 박은빈의 ‘진심’이 완성한 ‘인생 드라마’


입력 2022.08.30 17:01 수정 2022.08.30 14:36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작품성 측면에서는 심혈 기울여서 만들어…초반부터 폭발적 반응, 배우로서 살짝 무섭기도”

“실제 자폐인이나 캐릭터 모방하는 것 배제…사람 자체에 초점을 맞춰서 봐주기를 바랐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으면서, 그 중심에서 극을 이끈 배우 박은빈도 전성기를 맞게 됐다. 박은빈 역시 자신의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지금의 상황이 물론 즐겁지만, 7개월 동안의 시간이 쉽지만은 않았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이었기에 더욱 진심을 다해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박은빈은 두려움과 싸우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완성해 나갔다.


박은빈은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다룬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우영우 역을 맡아 드라마를 이끌었다. ENA라는 생소한 채널에서 시작한 이 드라마는 0.9%의 저조한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입소문이 이어지면서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냈다. 결국 최종회 17.5%를 기록하며 반전 결과를 써 내려갔다.


주인공 영우를 연기한 박은빈 또한 ‘우영우 신드롬’의 중심에서 데뷔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박은빈 또한 지금의 인기를 예상하진 못했었다. 작품성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지만, 신생 채널 ENA에서는 3%만 나와도 대박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작품성 측면에서는 최대한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다. 그런데 대중분들이 얼마나 호응을 해주실지는 정말 말 그대로 미지수인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방송이 나가고 난 뒤 대중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떤 기대도 품지 않았는데, 생각 이상으로 초반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셨다. 배우로서 살짝 무섭기도 했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캐릭터를 잘 표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욱 컸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인 만큼,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더욱 섬세한 접근이 필요했던 것이다. 드라마 ‘연모’ 촬영이 끝나고 약 2주 만에 이번 드라마에 합류해야 했던 박은빈은 그렇기에 더욱 집중하며 치열하게 촬영에 임했다.


“시간이 충분해서 더 많은 것을 체험하고 분별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돌아가기보다는 캐릭터의 고유성을 표현하며 정면돌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실제 자폐인이나 캐릭터를 모방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배제했다. 그분들을 수단으로 삼아서 연기를 하면 안 된다는 도의적 책임이 느껴졌다. 그 부분들을 조심했다. 우영우 세계관에서 우영우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 자체에 초점을 맞춰서 봐주기를 간곡히 바랐다. 우영우가 가진 특성은 물론, 우리 드라마에 나오는 수많은 이상한 사람들의 특성이 있다. 그런 것처럼 ‘한 인간의 개성으로 봐주시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압도적인 분량 역시도 박은빈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우영우의 시각으로 극이 진행되는 만큼 시청자들이 우영우에게 몰입하지 못하면, 드라마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많은 양의 대사를 소화하면서 동시에 캐릭터를 ‘이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까지. 7개월 동안 치열하게 고민하며 우영우를 만들어간 박은빈이다.


“에피소드 형식이다 보니 매번 내용이 바뀐다. 이게 장점 요인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이목을 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단점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계속 보려면 우영우를 맡은 내가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드라마 말미 이야기했듯이 이상하고도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삶이라는 걸 말하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이 우영우를 애착해주기를 바랐다. 가장 큰 숙제가 시청자 분들을 우영우 편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여러 반응이 있겠지만, 자폐 스펙트럼을 우영우를 통해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 캐릭터에 있어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


물론 사회적 메시지를 작품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쁜 영향보다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는 박은빈의 마음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비롯해 많은 이들에게 ‘인생 드라마’가 될 만한 작품들을 남겨 온 이유가 됐다.


“자극의 정도를 두고 기준을 삼지 않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선한 영향력을 생각하는 것이 미디어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내가 도덕성이 높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됐으면 한다. 시청자분들의 삶에 좋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에 끌리는 편이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수많은 작품, 광고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지만, 여유를 가지고 다음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연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연이어 선보인 만큼 다시금 내면을 채울 시간도 가질 계획이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는 박은빈의 말에서는 그가 얼마나 이 작품에 온 힘을 다했는지가 느껴지기도 했다.


“체력은 좋은 편이라고 자부했었다. 그런데 전작이었던 ‘연모’도 정말 혼신의 힘을 다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이미 많이 소진이 된 상태로 끝을 냈었다. 충전 시간을 미처 가지지 못하고 심리적인 부담이 상당했던 영우를 마주했다. 매일 시험 보는 것 같은 7개월을 보내고 나니 ‘휴식이 필요하구나 내게’라는 마음이 든다. 촬영이 끝난 지 아직 한 달이 됐는데, 휴식다운 휴식은 없었어서 일련의 일들이 끝나면 개인적인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면서 대본을 보고 싶다.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한다. 비움의 시간을 휴식이라고 생각해서 스케줄이 있으면 내내 일이 있는 느낌이다. 비워낼 수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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