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의 선택이 만든 하루의 참사
정치가 만든 공항, 정치가 덮은 진실
설계된 위험과 설계된 침묵의 기록
참사의 원인보다 먼저 지워진 책임
과학수사대가 12일 오전 전남 무안 국제공항에서 1년 넘게 방치돼 있던 12·29여객기 참사 사고기 잔해물 재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마대자루를 열 때마다 사람이 나왔다.
썩은 포대를 가위로 뜯으면 쥐똥이 후두두 바닥으로 쏟아졌다.
쥐똥이 섞인 포대에서 함께 나온 것은 어린아이의 크록스였다. 찢어진 기저귀였다. 그리고 25㎝짜리 정강이뼈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그 뼈는 무안공항 참사 유가족협의회 김유진 대표의 아버지였다.
이것이 2026년 3월의 이야기다. 참사가 난 지 15개월이 지난 뒤의 이야기다.
국가는 이미 오래전에 이 문제를 끝냈다고 했다. 2025년 1월 15일, 정부는 공식 발표했다.
"잔해 수습, 99% 완료."
그 선언 이후에도 유가족들은 공항 담장 밖 흙바닥을 맨손으로 훑었다.
국가가 수습을 끝냈다고 선언한 그 땅에서, 가족의 흔적을 찾아 무릎을 꿇었다.
재조사가 시작되자 마대자루에서는 유해 추정 물체 80점, 유류품 757묶음, 휴대폰 5대가 쏟아졌다. 쓰레기 더미와 사람이 뒤섞여 있었다.
국가가 유가족의 동의 없이 현장 잔해를 수거해, 쓰레기와 쥐가 드나드는 포대에 담아, 1년이 넘게 야적장에 방치했다.
왜 179명이 죽었는가.
2024년 12월 29일 오전,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2216편은 전남 무안공항에 착륙을 시도했다. 조류 충돌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았고, 동체착륙을 시도한 항공기는 활주로 끝 콘크리트 둔덕에 충돌해 폭발했다.
181명 가운데 179명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여기서 핵심적인 질문 하나. 그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항철위가 2025년 3월 한국전산구조공학회에 용역을 의뢰했고, 같은 해 8월 결론이 나왔다.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다면 항공기는 770m를 활주하다 멈췄을 것이고, 이때 충격은 중상자조차 발생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탑승자 181명 전원이 살아서 비행기에서 걸어 나올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8개월 동안 단 한 번도 국민 앞에 공개되지 않았다. 유가족도 국회도 몰랐다. 2026년 1월,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국회에서 직접 공개하고 나서야 세상이 알았다.
살 수 있었다는 사실을, 국가가 숨겼다.
이 한 문장이 이 정권의 본질을 설명한다. 국민이 알면 불편한 진실은, 국민에게 알리지 않는다. 179명의 죽음 앞에서도, 이 정권의 최우선 과제는 책임 회피였다.
민주당 전체의 책임이 아니라는 자들
어떤 사람들은 무안공항 문제가 어떻게 민주당 전체의 책임이냐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연표를 보라.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무안공항 건설을 약속했다. 정권 실세 한화갑 전 의원이 직접 밀어붙인 이 공항에는 '한화갑 공항'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감사원 지적에 따르면 당시 비용편익 비율이 0.49에 불과했음에도 1.45로 부풀려 사업이 승인됐다. 1원을 투자해 49전도 회수 못 하는 사업이었다.
개항은 2007년 노무현 정권 때 이루어졌다.
당시 현장 점검에서 '부적합' 평가가 나왔지만, 그냥 열었다.
활주로 종단 안전구역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권고 기준 300m에 한참 못 미치는 199m였지만, 그냥 열었다.
조류 서식지 4곳에 둘러싸여 1998년부터 경고가 이어졌지만, 조류퇴치 전담 인력 4명으로 그냥 열었다.
2020년, 문재인 정권 시절 개량 공사가 진행됐다.
발제 과업 지시서에는 "로컬라이저 기초를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교체하라" 명확히 기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실제 공사 결과는 정반대였다. 콘크리트 상판이 오히려 더 두껍게 보강됐다. 누가, 왜 설계를 뒤집었는지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다.
김대중이 심었다. 노무현이 방치했다. 문재인이 강화했다. 이재명이 숨겼다.
민주당이 걸어온 30년이 무안공항에 새긴 역사다.
그 역사의 청구서가 2024년 12월 29일 아침, 179명의 목숨으로 날아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중성
이재명 대통령은 참사 1주기인 2025년 12월 29일, 공식 사과를 했다.
"대통령으로서 깊이 사죄합니다."
그리고 두 달 뒤인 2026년 2월 25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말했다.
"무안공항을 빨리 재개항해야 합니다. 무한정 닫아둘 수는 없습니다."
공항 현장에서는 희생자 유해가 발견되고 있었다. 마대자루 안에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대통령은 그 공항을 빨리 다시 열어야 한다고 했다.
사죄와 재개항 촉구 사이, 불과 두 달. 유가족에게는 영원처럼 길었을 그 시간이, 이 대통령에게는 참사를 마무리하고 넘어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이태원 참사 앞에서는 "셀프 수사를 허용할 수 없다"던 사람이, 무안공항 참사 조사는 셀프 조사 체계를 유지하며 국정조사를 거부했다.
이태원 참사 앞에서는 "아무리 감추려 해도 진실은 밝혀진다"던 사람이, 무안공항 보고서는 8개월 동안 국민 앞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것이 이중성이 아니라면, 이중성이라는 단어는 사전에서 삭제해도 좋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정치 논리로 건설됐고, 부적합 판정에도 개항됐고, 설계 요건이 뒤집히며 오히려 강화됐다. 그 모든 과정에 민주당이 있었다.
그리고 참사 이후, 보고서를 숨기고, 셀프 조사를 유지하고, 국정조사를 파행시킨 것도 민주당이었다.
유가족은 지금도 싸우고 있다.
뼛조각 하나를 찾기 위해, 진실 한 조각을 얻기 위해, 책임지는 사람 한 명을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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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채수 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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