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에 열리는 방탄소년단의 'BTS in Yet To Come BUSAN'(비티에스 옛 투 컴 인 부산) 공연장소가 변경됐다. 부산 기장군 특설무대에서 연제구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바뀐 것이다. 기존 공연은 10만 규모였지만 새로 바뀐 공연장은 5만3000여 석 규모다. 이 좌석을 모두 활용할 지는 불분명한데 크게 봐서 공연 규모가 반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 팬들이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일반적으로 팬들은 공연 확대를 요구한다. 그래야 팬들이 자리를 확보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그런데 이번엔 팬들이 강력히 공연축소를 요구했고 마침내 관철시킨 모양새다. 보기 드문 현상이다.
이번 공연은 팀활동 잠정중단을 선언한 방탄소년단이 오랜만에 나서는 행사다. 국내에선 3월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공연 이후 7개월 만이고, 세계적으론 4월 라스베이거스 공연 이후 6개월 만이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하지만 팬들은 우려했다.
10만이면 대규모 공연을 펼쳐온 방탄소년단 공연 중에서도 최대 규모다. 국내 최대라는 올림픽 주경기장 공연도 4만5000명이었고, 2019년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은 6만 명 규모로 치러졌다. 이번 공연이 압도적이다.
문제가 된 건 부산시가 공연을 제대로 관리할 능력/의지가 있느냐는 점이었다. 이번 공연은 방탄소년단이 부산시를 위해 무료로 펼친다. 얼마 전 방탄소년단은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홍보대사를 맡았다. 그 위촉식에서 정치인들이 방탄소년단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여 빈축을 산 바 있다. 그렇게 홍보대사를 맡은 방탄소년단이 무료 콘서트를 펼쳐 본격적으로 유치 기원 활동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행사는 방탄소년단 소속사와 더불어 부산시가 관리에 나서야 한다.
공연 계획이 처음 알려지자마자 바로 논란이 일었다. 부산의 일부 숙박업소가 기존 예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가격을 몇 배 이상 올려 예약을 다시 받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10배 폭리를 취하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 부산시의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전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앞에서 방탄소년단이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4만5000명 규모로 공연했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주경기장은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지만 안전과 공연의 질 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도 최대 수용 인원보다 적은 규모로 진행했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무려 10만 명 규모였다. 그렇다면 올림픽 주경기장이나 웸블리 스타디움보다 시설이 더 좋아야 한다. 하지만 그 반대다. 시설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특설무대가 공연장이나 운동장이 아니라 폐공장 부지이기 때문이다. 일반관객이 해당 공연장소에서 나올 수 있는 출구가 사실상 한 개뿐이라고 알려졌다. 극심한 혼란이 불을 보듯 뻔했고 안전사고 가능성도 있었다.
도로와 각종 기반 시설들도 미비하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10만 공연을 진행했다가 무질서 등으로 논란이 터지면 오히려 해외에 안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었다. 부산시와 방탄소년단에게 모두 해가 될 일이다. 해당 부지의 부동산 개발 관련된 잡음이 나올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그래서 팬들이 문제제기를 했던 것이다.
그런 논란 끝에 공연장소가 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전격 변경됐다.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여론을 받아들인 점은 긍정적이다.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앞으로는 성공적인 공연을 위해 만전의 준비를 해야 한다.
준비가 미흡한 특설무대 10만 공연은 부산시와 소속사가 너무 대규모 이벤트 과시에만 몰두하면서, 현실적인 진행 문제는 도외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세계 최고 스타인 방탄소년단을 내세운 행사치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부실하게 추진됐다. 10만 이벤트라는 양적인 부분만 중시하고 행사 내용의 질적인 부분엔 소홀했던 것처럼 보인다.
그 흐름에 팬들이 제동을 건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질적인 부분에 확실히 내실을 기해야 한다. 이번 공연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산시를 알리는 데도,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위상에 걸맞은 최고의 행사로 만들기 위해 부산시와 소속사가 힘을 모아야 한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