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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금리·환율 악재, 커지는 증시 불확실성


입력 2022.09.14 17:50 수정 2022.09.14 18:00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美 CPI 상승률 예상 웃돌면서 국내외 증시 급락

3연속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긴축 강도·기간↑

코스피 변동성 커질 듯...저평가 매력 작용할까

1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이날 거래를 마친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미국의 물가 상승 폭이 기대와 달리 여전히 높은 수준임이 드러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더 높은 강도로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반기 시작과 함께 나타난 베어마켓랠리(약세장 속 상승세)를 마치고 4분기를 앞두고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국내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14일 증권가에 따르면 미 연준이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과감한 기준금리 인상 등 강력한 수단을 강구할 것으로 보여 4분기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을 한층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미국 노동부는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월대비)이 8.3%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8.0%)를 웃돌았고 전월 대비 0.1% 하락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전월대비 0.1% 상승한 수치였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하면서 전월(5.9%)보다 더 나빠졌다. 근원 CPI 상승률이 확대된 것은 6개월 만에 처음이다.


국제 유가 하락 등 최근 여러 정황상 물가 상승세가 꺾이면서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무너뜨리면서 시장에 큰 충격으로 작용했다. 이에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나스닥지수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3~5%대 급락세를 보였고 국내 증시도 코스피와 코스닥이 1%대 동반 내림세를 보였다.


결국 이번 CPI 수치는 그동안 강력한 긴축을 강조해 온 연준의 정책 기조를 한층 강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완화되면서 연준이 긴축 모드에서 피봇(태도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사라지고 연준이 더욱 공세적인 스탠스를 취할 명분만 탄탄해졌다는 분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카토 연구소 주최로 개최된 통화 정책 컨퍼런스에서 “연준은 물가를 안정시킬 책임이 있으며 우리는 이를 받아들인다”며 “우리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이를 지속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앞서 지난달 26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개최된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회의)에서도 큰 폭의 금리인상을 포함한 매파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AP/연합뉴스

이에 오는 20∼21일 양일간 개최될 예정인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카드는 사실상 사라졌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한층 커진 가운데 울트라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1.0%포인트 인상)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긴축의 강도는 높이고 기간도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이 일부 품목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쳐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물가 하향 안정화 시점은 예상보다 느려질 것”이라며 “파월 연준 의장의 피봇을 기대하기보다는 연준의 ‘높은 금리수준의 장기화 위험’(Higher for longer) 가능성을 염두에 둘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경기침체 등 수요 둔화로 인해 물가는 정점을 찍었고 내년 초 이후엔 물가가 좀 더 의미있는 하락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여전히 있지만 이번 CPI 결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증시의 변동성도 한층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끈적한 물가의 상승이 관찰되면서 연준은 긴축 의지를 더 키울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생각”이라며 “시장은 당초 예상 (9월)보다 좀 더 오랫동안 불안 속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치솟는 환율도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증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7.3원 오른 1390.9원에 마감했다. 종가기준 환율이 1390원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3월 30일(1391.5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이다.


시중은행 직원이 달러화를 검수하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종국에는 국내 주식을 매도해 원화를 달러로 환산해야 하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달러화 강세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주식을 팔때 막대한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주식 투자를 통해 원화로 수익을 보더라도 이를 달러로 바꾸는 과정에서 환차손으로 다 날릴수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어 투자 심리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증시가 이미 연준의 금리 인상 등 글로벌 금융 시장 상황을 선반영하면서 저평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투자 가치가 높아진 상황이라는 점에 한가닥 기대감은 남아 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의 기대를 벗어난 긴축 강도 우려가 주식시장 변동성을 증폭했고 물가 항목 중 서비스 물가가 여전히 강해 긴축에 대한 눈높이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14일)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은 타 증시 대비 저평가 인식과 수출 기업 중심으로 긍정적 환율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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