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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분양...'삼성화재 안내견' 사회 공헌 재출발


입력 2022.09.20 11:30 수정 2022.09.20 11:35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1993년 삼성 '신경영 선언' 직후 사업 시작

현재까지 누계 안내견 267마리 분양, 70마리 활동

'식용 견 문화' 이미지 개선 위해 시작

이제는 삼성 대표 사회 공헌 프로그램으로

안내견 보행 모습.ⓒ삼성


"여기서 훈련받는 후보견들 중 약 30%만이 안내견으로 선발됩니다."


20일 경기도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4살짜리 안내견 '진이'가 네비게이션에 따르는 자동차처럼 '주행(?)'을 시작했다. 장애물이 나오면 돌아가고, 계단이 나오면 대기, 옆에 걸어가는 시각 장애인의 지시에 따라 다시 움직이며 안전하게 길을 안내했다.


안내사의 지시에 따라 주변인들은 '진이'를 빤히 쳐다보면 안된다. '진이'가 주변인의 눈빛을 '놀이'로 인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안내견 안내를 의지한 시각장애인의 안전이 위험해질 수 있다. '진이'가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이렇게 친화적인 이유는 뭘까.


바로 안내견들은 '모든 사람을 좋아하도록' 훈련받기 때문이다. 짖지 않는 강아지 안내견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주변 환경과 사람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익숙한 환경을 보호하고 주인을 지키려는 본능이 강한 한국 전통 진돗개가 안내견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다. 전세계 약 2만2000여 마리의 안내견 대부분은 환경 변화에 예민하지 않은 리트리버들로 구성돼있다.


보행 연습중인 훈련견. ⓒ삼성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년 만에 안내견 분양식


이날 안내견 분양식 행사는 코로나19 이후 약 3년 만이다. 행사 테마는 '함께 내일로 걷다,' 로, 안내견 사업이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의 노력과 애정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해 나갈 것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퍼피워커 ▲시각장애인 파트너 ▲은퇴견 입양가족▲삼성화재안내견학교 훈련사 등 5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안내견에게는 생애를 걸쳐 총 세 번의 가족이 생긴다. 안내 후보견으로 훈련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돌봐주는 첫번째 가족 퍼피워커, 그 다음에 이어 두번째 가족인 시각장애 파트너, 그리고 마지막으로 은퇴견 입양 가족이 생긴다. 안내견은 통상 만 8세 전후 은퇴한다.


행사장에서 '퍼피워커' 자원봉사자들은 자신들이 키운 강아지가 안내견이 되자 대견함과 아쉬움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아울러 이들 퍼피워킹 봉사자 중에는 은퇴견을 다시 가족으로 입양하는 가정도 있었다. 이날 행사에서 은퇴한 6마리 안내견 중 3마리는 강아지 때부터 함께했던 퍼피워킹 가족에 입양됐다.


삼성이 웬 '안내견 학교'? 이유보니


이 행사는 삼성그룹의 대표 CSR(사회적책임) 활동 일환이다. 삼성은 지난 1993년 '신경영 선언' 직후 안내견 사업을 시작해 이듬해 첫 안내견을 분양했다. 현재 삼성은 세계안내견협회(IGDF)에 가입된 국내 유일한 정회원 양성기관이다. 지금까지 총 267마리의 안내견을 무료 분양했다. 그런데 삼성이 갑자기 안내견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뭘까.


삼성이 적극적으로 해외 사업을 시작하던 80~90년도 시기, 한국의 식용견(犬) 문화로 인해 해외에서 국내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못했던 탓이다. 이에 삼성은 기존 우리나라에 없던 견 문화를 확대하자는 취지로 해당 사업을 시작했다. 삼성 측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처럼 사기업이 안내견 기관을 운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들어가는 재원도 상당하다. 안내견 1마리를 양성하는데 통상 1억원이 쓰인다.


당시 故 이건희 회장은 "'진정한 복지 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며 이같은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 설립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동물을 통한 사회공헌' 노력을 인정받아 2002년 세계안내견협회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안내견 양성과 함께 안내견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안내견 사업이 갓 시작된 90년대 초반에는 안내견과 함께 식당을 찾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할 때 '개'라는 이유로 거부를 당하는 일이 빈번했지만, 지금은 대중교통 승차를 거부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의 노력에 힘입어 정부와 국회가 힘을 쏟으며 마침내 1999년 '장애인 복지법' 내에 장애인 보조견 관련 조항이 도입된 덕분이다. 또한 2012년 훈련사 및 퍼피워킹 자원봉사자가 훈련과 사회화를 목적으로 편의시설과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같이 법적인 지위를 동등하게 부여하는 '장애인복지법 40조법안'이 개정되며 안내견 양성을 위한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2020년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입성한 개(犬)로 기록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안내견 '조이' 역시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출신이다. 2023년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30주년을 맞는다. 삼성은 앞으로도 안내견 양성 사업을 꾸준히 지속하고 관련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NGO와도 협업해 수혜자 선정에 있어서 더 높은 수준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매년 4월 마지막 수요일인 '세계 안내견의 날' 행사를 함께 진행해 인식 개선에도 힘쓸 계획이다.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는 "안내견 사업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노력으로 29년간 시각장애인의 더 나은 삶을 지원하고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켜 왔다"며 "앞으로도 안내견과 파트너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사회적 환경과 인식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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