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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의 갑질, 국회의원의 질


입력 2022.10.12 04:04 수정 2022.10.12 04:04        데스크 (desk@dailian.co.kr)

‘똑바로 앉아’ ‘예, 의원님이라 하라’…국회가 조폭 소굴?

유신, 5공 때도 보지 못한 권위주의 의식

실력과 논리로는 안 되니 못난 상전 행세

저질 금배지 호통 다음 총선으로 사라져야

지난 9월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이 열렸다. 박범계 의원과 김남국 의원.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대통령이 개혁 의지가 높은데도 행정 규제, 권위 의식이 강해 21세기에 한국이 앞서 나가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 장쩌민(江澤民) 중국 주석을 만나보면 ‘반도체 몇 비트냐’ ‘R&D 비용은 얼마냐’고 묻는다. 한국에선 반도체 공장 건설을 신청해도 도장이 1000개나 필요하고 허가도 잘 안 해준다……. 솔직히 얘기하면 우리나라는 행정력은 3류급, 정치력은 4류급, 기업 경쟁력은 2류급으로 보면 될 것이다.”

‘기업 2류-행정 3류-정치 4류’ 발언으로 유명한 삼성 회장 고 이건희가 27년 전 베이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점심 자리에서 얘기한 원문의 일부다. 그가 혈기 넘치는 53세 때 한 말인데, 한국 정치를 이만큼 통렬하게, 촌철살인(寸鐵殺人)으로 찌른 지적이 필자 기억에 전무후무하다.


매일경제 기자 김세형은 이로부터 25년이 지난 2년 전 그의 기명 칼럼에서 엘리트 층 수십 명에게 간이 주관식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소개했다. 25년 만에 한국 정치, 행정, 경제 순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물은 데 대한 반응이 이런 것이었다.


“기업은 그대론데, 행정이 정치의 시녀가 돼서 함께 4류로 굴러 떨어졌다……. 정치가 4류인데, 행정이 휘둘려 꼼짝 못하니 5류가 됐다……. 우리나라 기회비용을 정치가 다 소모하고 있다. 정치는 5류이고 기업은 일류가 됐는데, 5류가 일류를 지배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건희가 최초 4류 발언을 했던 때 대통령은 김영삼이었고, 김세형이 25년 후 4~5류로 더 떨어졌다고 진단한 것은 문재인 정권 시절이었다. 정치만 후진한 게 아니고 행정이 함께 뒷걸음질했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나쁜 정치의 해악이 이렇게 국가를 망가뜨린다. 586 운동권, 선동과 구호만 있고 실력과 실천은 없는, 없는 정도가 아니라 있는 것도 망치는 진보좌파 정권에서 행정이 그 정치를 따라 춤춘 결과다.


문재인이 영화 한 편을 보고(핵 자진 포기 등 다른 더 심각한 의혹들도 제기되고는 있지만) 천문학적 손실을 초래할 국가 에너지 대계를 바꾼 탈원전 정책에 반대 의견을 낸 엘리트 관료들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4~5류 추락의 생생한 증거다. 그러나 행정은, 대한민국에서, 정치가 바뀌면 같이 쉽게 바뀐다.


그래서 정치가 중요하고 정권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나라 발전과 성숙을 위해서는 정권 교체를 통한 정치 변화가 필수적이다. 그 정치란 정당과 국회 활동이다. 정당에서의 정치(주로 말싸움)는 언론에 의해 중계 방송돼 국민 피곤 지수만 높이지만, 국회에서의 정치는 입법으로 연결되어 나라의 명운을 좌우하게 된다.


문재인 정권 말기의 임대차 3법과 윤석열 정부 초기 거대 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 법이 대표적인 예다. 상식을 가진 국민들이 보기에 국회의원, 특히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 의원들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불안한 천둥벌거숭이들이다.


윤석열의 임기 초 민주당 의원들이 보이는 행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문재인과 이재명 두 주군(主君)에 대한 결사적인 충성심으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일에는 물불을 안 가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 과정에서 보이는 무식, 오만, 위선 그리고 권위주의적 언행이다.


후자(後者)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처럼회’ 초선 의원들과 박범계 같은, 시대착오적 국회의원 갑질 맛에 탐닉(耽溺)하는 ‘의원님 나리’들이다.


판사 출신 이수진, 변호사 출신 김남국과 최강욱, 위장 탈당 민형배 등 ‘처럼회’ 금배지들은 그 배지를 어떻게 차게 됐는지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의 봉숭아 학당 코미디로 이미 다수 국민들로부터 가위표를 받았다. 다음 총선에서 이들에 대한 심판이 반드시 이뤄져야 대한민국 정치 발전은 기약이라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다른 판사 출신 박범계는 어떤가? 이 사람이야말로 2022년에 이런 국회의원이 있었나 하는 장탄식(長歎息)을 하게 하는 기념비적인 인물이다.


“태도가 뭡니까. 똑바로 앉아 답변하세요.”

그는 2년 전 윤석열이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 국정감사장에서 이렇게 군기를 잡았다. 조국 수사에 대한 보복 심리가 작용해서였겠지만, 보수 정당은 물론 민주당의 다른 의원들 어느 누구도 그런 야비하고 유치한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는 국회가 조폭 소굴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유신, 5공 때도 볼 수 없었던 ‘양아치’ 수준의 갑질을 그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한다. 더 가소로운 것은 그가 7년 전에는 서울중앙지검장인 윤석열에게 ‘의로운 검사’ ‘윤석열 형’이라고 칭하며(박범계는 59세로 윤석열보다 3살 아래) 갖은 아부를 다 떨었다는 사실이다.


정권을 잡고 여당 의원이 되니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박범계는 고교 시절 ‘갈매기 조나단’이라는 음성(일진) 서클에 가입, 퇴학당할 위기에 몰리자 자퇴한 전력(前歷)으로 논란이 됐었다. 사람의 근본은 어디 안 가는 법이다.


그러던 그가 이번 국회에서는, 판판이 그에게 당하기만 하는 법무부 장관 한동훈을 향해 또 그 못난 군기 회초리를 들었다.


“의원이 이렇게 물어보면 ‘예, 의원님’ 하고 대답하는 게 예의다.”

실력과 논리로는 안 되니 호통이요, ‘예의 가르치기’ 상전 행세다. 그는 몇 년 전 국회에서 예산을 타러 온 법원행정처장에게 ‘의원님, (예산을 통과 시켜 우리를) 살려주십시오, 라고 해보라’고 해 듣는 이들의 귀를 의심하게 했던 위인(爲人)이다.


민주당이 기회만 있으면 보수우파들에게 딱지를 붙이는 ‘친일파’가 울고 갈 친일적인 꼰대 짓거리다. 일제 강점기, 또 그후 권위주의 시대까지 면면(綿綿)히 이어져 온 윗사람 갑질의 전형이다. 시대를 잘 만나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박범계는 그런 의미에서 화석(化石)이다.


대한민국의 성숙을 바라는 국민들이 1년 반 후 총선에서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는, 이런 국회의원들이 설치는 국회, 그들의 ‘호통 정치’가 사라질 다수당 교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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