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공장 맞아?”…IT기업 냄새 ‘풀풀’
6공장 완공을 끝으로 완성된 공장 부지
‘스마트오피스’ 도입 및 신공장 대부분 자동화
전라북도 전주와 광주광역시의 정중앙에서는 전 세계 리튬이온배터리에 탑재되는 수많은 동박이 만들어진다. 글로벌 동박 업계를 선도하는 SK넥실리스 정읍공장에서다. 케이씨에프테크놀로지스(KCFT) 인수 후 무서운 속도로 공장을 증설하고 있는 SK넥실리스는 이 곳 정읍 공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1위’ 입지를 공고히 하겠단 방침이다.
11일 서울에서 약 4시간을 달려 전라북도 정읍 SK넥실리스 공장에 방문했다. 전면에는 2020년 SK넥실리스 출범 후 증설된 신(新) 5~6공장이, 뒤로는 2020년 이전 증설된 구(舊) 1~4공장이 즐비해있다.
SK넥실리스 모회사 SKC는 지난 2020년 KCFT 인수 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지난해는 5공장을, 올해는 6공장을 완공했다. 여기서 만들어진 동박은 글로벌 톱5 배터리사인 CATL,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파나소닉에 공급되고 있다.
SK넥실리스는 출범한 2020년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수 전 절반이 텅텅 비어 썰렁했던 부지는 올해 6공장 완공을 끝으로 부지가 꽉 차게 되면서, 활기찬 모습을 띠고 있었다. 6개의 공장들이 정 가운데 복지동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산뜻한 캠퍼스 같은 느낌을 줬다.
사무실 내부는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해 전형적인 칙칙한 공장의 분위기를 떨치고, IT기업 같은 미래지향적 분위기를 풍겼다. 스마트오피스는 임직원들이 이곳을 통해 펼치는 창의력로 혁신을 만들어 나가겠단 목표로 구축됐다. 회의실은 개방된 공간인 카페테리아처럼 설계하고, 휴식 공간, 집중실 등도 마련해 쾌적한 업무공간을 꾸려 놨다.
SK넥실리스 관계자는 “보통 제조업계에서 스마트오피스를 보기가 흔치않은데, 창의적 업무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실에서는 동박 제품을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었다. 전시된 제품은 4~10마이크로미터(㎛)까지 다양했다. 4㎛ 두께 제품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얇은 동박인데, 만져보니 너무 얇아서 으스러질 것 같아 괜스레 조심하게 될 정도였다. 이는 실제 사람머리카락의 30분의 1수준이라고 한다.
이 같이 얇은 동박을 감아놓은 모습은 상당히 두툼했다. 얇은 두께와 반대로 길이는 엄청나서다. 4공장에서 생산되는 6㎛에 40km 정도 제품은 전시관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5~6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경우 최장 77km에, 무게는 3t정도 돼 전시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SK넥실리스 관계자는 “직접 만져보면 아시다시피 얇아서 구김이 심하고 다루기가 어려운데 이것을 구김 없이 길게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결코 쉬운 기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후 모든 공장을 둘러봤는데 이를 통해 SK넥실리스의 성장세를 체감할 수 있었다.
1~4공장에서는 사람이 직접 동박을 지게차에 올려 싣고 나르거나, 작업자들이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5~6 공장에서는 작업자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배치된 인력들도 별 다른 움직임 없이 각 구역별 컴퓨터 앞에서 기계를 조작하고만 있었다.
이는 대부분 공정에 자동화 시설이 도입돼서다. 3박4일 동안 동박을 만드는 기계인 제박기가 자동으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제품 운반 과정에도 공장 내 자동 물류 시스템(AGB)가 도입돼있어 오토크레인이 지정된 위치로 동박을 옮기고 있었다.
스마트오피스에 이어 제조 공장에서도 이 같은 풍경이 펼쳐지면서, IT기업의 냄새가 다시 진하게 풍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 증설된 공장부터 제박, 슬리팅, 검사 단계까지 모두 자동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이 도입됐다”며 “사람이 직접 운전해서 이동하는 지게차가 있고 없고가 구공장과 신공장의 가장 큰 차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SKC는 이곳 정읍 공장에서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해 낸 경험으로 글로벌 공장 증설도 가속화하겠다며 동남아와 유럽, 북미 지역에서도 글로벌 생산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연산 5만t 규모의 공장을, 올해 6월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도 같은 규모의 공장을 착공했다. 북미 투자 후보지역은 미국과 캐나다 내 4곳으로 압축해 검토하고 있으며, 4분기 내 확정할 계획이다.
이재홍 대표는 “이 정읍 공장은 전세계에서 제일 좋은 생산성과 품질을 갖춘 동박 공장”이라며 “이러한 공장을 해외에서도 계속 증설하며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 북미 등에도 진출할수록 공장도 진화해 우리가 혁신의 아이콘이 될 거라 자부한다”며 “우리가 구축한 공장 기술을 해외에도 그대로 옮겨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