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징집대원, 거리돌며 무작위 남성 체포
음악가·노숙자·택배기사 가릴 것 없이
징집된 신병, 훈련 없이 최전선에 배치
전투 물품 부족·생활 환경 열악
러시아에서 예비군 부분 동원령이 발동된 후 러시아 경찰과 징집대원들이 수도 모스크바 중심가 등을 돌며 해외로 도피하거나 몸을 숨기려는 남성들을 강제징집하고 있다. 더욱이 강제징집된 신병들은 제대로 된 군사훈련도 받지도 않은 채 최전선에 배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경찰과 강제 징집대원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남성들을 연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군 징집대원들은 이날 예고 없이 모스크바의 한 비즈니스 센터를 급습해 리허설을 하는 음악가, 소포를 배달하는 택배 기사 등 남성들을 모조리 끌고 갔다.
아파트 로비를 지키고 서서 징집 대상자를 물색하거나 카페와 식당 출구를 봉쇄한 뒤 수색을 벌이기도 했다. 모스크바의 한 노숙자 쉼터에서도 수십 명의 남성을 체포해 갔으며, 지난 13일 새벽에는 한 건설사 기숙사에서 노동자 200여 명을 강제로 끌고간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세이라는 이름의 러시아 남성은 WP에 "지난주 경찰 2명과 사복 군 관계자 여럿이 사무실에 들이닥쳐 신분증을 요구했다"며 "조용히 따라가지 않으면 무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할 예비군 30만명 동원령을 선언한 후 현재까지 30만명 이상의 남성과 가족들이 자국을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WP는 전했다.
특히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대도시 지역에서도 강제 징집이 이뤄지면서 러시아 전역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강제 징집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정부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안드레이 클리샤스 러시아통합당 의원은 "불법적인 징집"이라며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징집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신병 대상 훈련 부족상태…모자란 병력 메우기 하나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징집한 신병들이 마땅한 훈련 없이 최전선에 배치돼 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전투 물품이나 생활 환경도 열악하다는 러시아 신병들의 폭로 동영상 등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신병 일부는 동원된 지 단 11일 만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으로 배치됐다. 이들 중 한 명은 "사격 훈련은 딱 한 번 받았다. 심지어 탄창은 3개뿐이었다"고 주장했다.
훈련을 한 번도 받지 않고 첫 전투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신병은 동영상을 통해 신병을 위한 사격 연습은 없을 것이며 이론 학습도 생략될 것이라는 연대장의 발표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같은 신병훈련 부재는 신병들의 전사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중부 첼랴빈스크 당국은 13일 군사 훈련을 받지 않은 신병 다수가 전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들 중 5명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BBC는 "이들은 전투 훈련 없이 '인간 방패처럼' 전선으로 보내졌다"고 전했다. 한 서방 군 전문가는 러시아가 모자란 병력을 메우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제대로 된 전투 장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언뿐만 아니라 전투화, 방탄조끼, 배낭, 의약품, 붕대, 음식 등 필수 물품을 자비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