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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적조' 처지 된 이재명…좁혀오는 수사망에 초조?


입력 2022.10.26 00:10 수정 2022.10.26 01:06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정치보복' '특검' 등 李 과거 발언 소환…여권서 "내로남불"

유동규 연쇄 폭로전 예고한데다 檢 수사 대응도 만만치 않아

李 기조 180도 변화·울먹임에 "초조함의 방증" 해석 나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치권에서 "이재명의 적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조국의 적은 조국의 SNS'라는 일명 '조적조'처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과거 발언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가 자신의 기조를 180도 바꾸면서까지 정부여당에 맹폭을 가하는 것은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재명 대표는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 시도가 있었던 지난 19일부터 압수수색 다음 날인 25일까지 이와 관련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 대표는 25일 윤석열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을 하면서 검찰의 행위를 두고 '침탈' '민주주의 퇴행'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 지배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면 우리는 맞서싸울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 "시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사태는 정상적 정치를 거부하고 국민과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국가 역량을 정치보복과 야당 탄압에 허비할 여유가 없다. 이제 정치는 사라지고 폭력적 지배만 남았다"고 비난했다.


이재명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여당의 공격 지점이 되고 있다. 이 대표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박근혜정부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서는 SNS에 "도둑 잡는 것이 도둑에게는 보복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것이 정치보복이라면 그런 정치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라고 말해놓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또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문재인정부의 검찰 수사를 두고 '정치보복식 과거사 들추기'라고 지적하자 "나쁜 짓 하면 혼나고 죄지으면 벌받는 게 당연하다. 정치 보복이라며 책임 안 지려는 수법은 안 통한다"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이렇게 훌륭한 어록을 남긴 이 대표께서 '방탄 3종 세트'를 완성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9월 대선 경선 당시 국민의힘의 대장동 의혹 관련 특검 요구에 대해 "특검 수사를 하면서 시간을 끄는 것이 적폐 세력의 수법"이라던 이 대표는 최근 직접 특검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가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던 민주당사 앞에서 "비통한 심정으로 야당 중앙당사 침탈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지켜보겠다"며 울먹인 것도 여권의 비판 소재가 되고 있다.


이 대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반응을 두고 "가짜눈물 한번 흘리고 뻔뻔하게 살아남았다", 이듬해 병역 문제로 논란을 일으킨 유승준 씨에 대해서는 "눈물에 약한 한국민의 착한 심성을 악용해 또다시 능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이 대표가 울먹인 것은 '눈물쇼'가 아니냐는 게 여권의 지적이다.


"도둑 잡는게 도둑엔 보복으로 보여"
"나쁜 짓, 죄 지으면 벌받는 게 당연"
"눈물에 약한 국민의 착한 심성 악용"
이재명 발언 모은 '이만대장경'도 등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 참석을 앞두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렇다 보니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의 과거 발언과 현재 행보의 간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대표의 태도를 꼬집는 '이만대장경'이 재등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내로남불이라고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는 것에 대한 초조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최종적으로 이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하나가 나왔다 싶으면 또 하나가, 그리고 또 하나가 나올 것이다. 급하게 갈 것 없다.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며 연쇄 폭로전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자신이 제안한 '대장동 특검'에서 윤 대통령의 '저축은행 비리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빼자고 다시 제안한 것도 이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전날 당사 앞에서 울먹인 건 여간 몸이 다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본인 일로 이 사달이 났는데, 직접 나서서 맞서싸워야 하는 것도 초조함의 방증"이라고 말했다.


친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전날 T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울먹인 것은) 정치보복 수사 등에 대해 서러운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겠느냐"며 "이런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한 책임감도 느낄 것이고, 검찰의 너무나 일방적인 또는 정치보복적 수사에 대해 야당이 강력하게 대응을 한다고 하지만 대응 수단도 만만치 않다. 그런 것에 대한 여러 가지 느낌들이 복합적으로, 서러운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여러 정치적 해석 속에 이 대표는 검찰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 수사의 부당함과 결백함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여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이 대표는 '독도의 날'을 맞은 이날 SNS에 "영토 수호의 의무를 지닌 윤석열정부가 일본의 군사 대국화 야욕을 견제하기는커녕 보조를 맞추고 있다"며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고 군국주의 부활을 노리는 일본 극우세력이 앞장서 '독도의 분쟁화'에 나서고 있다"고 '친일 국방' 공세를 펼쳤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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