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헌정사 최초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
尹 "결국 국민 신뢰 약해져…좋은 관행 지켜야"
예산 의미 부각하며 여론전 통해 협조 구할 듯
野 반발은 더욱 거세져…"약자복지? 어불성설"
윤석열 대통령이 639조 원 규모의 새 정부 첫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를 거듭 당부하며 '원칙론'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6일 오전 서울 용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정치상황이 어떻더라도 과거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 30년 간 우리 헌정사에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져온 게 어제부로 무너졌다"고 언급했다.
이는 민주당이 전날 윤 대통령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예산안 논의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국회 시정연설에 전격 보이콧을 선언하고 불참한 상황을 겨냥한 것이다.
보이콧에 앞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순방 기간 중 불거졌던 '발언 논란'에 대한 사과와 이재명 대표가 요구하고 있는 '대장동 특검'에 대한 입장표명을 조건으로 참석 여부를 저울질한 바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이 "국회법에서 규정한 대통령 시정연설에 조건을 거는 것은 들어본 바 없다"며 요구를 일축하자 민주당은 헌정사 처음으로 보이콧을 결의한 뒤 전날 시정연설이 이뤄진 본회의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안타까운 것은 앞으로 정치상황에 따라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국회의원들이 불참하는 일이 종종 생기지 않겠나"라며 "결국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더 약해지는 것으로, 국회를 위해서도 과연 바람직한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좋은 관행은 어떤 어려운 상황에도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예산안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법정 시한(12월 2일) 내 통과가 난망한 만큼 윤 대통령은 향후 예산안의 의미와 목적성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도 윤 대통령은 "이번에 639조 원의 정부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시정연설을 했다. 국민의 혈세를 어떻게 쓸 것인지를 국회와 국민, 국내외 시장에 알리고 건전재정 기조로 금융 안정을 꾀한다는 정부의 확고한 정책방향을 국내외 시장에 알려 국제신인도를 확고하게 구축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이 전부 참석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법정 시한 내에 예산안 심사를 마쳐 내년부터 취약계층의 지원과 국가발전의 번영에 필요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발이 한층 거세지고 있어 원활한 협상에 대한 가능성은 여전히 요원하다는 평가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임하는 자세뿐만 아니라 내용도 앞뒤가 맞지 않다"며 "초부자감세로 세수부족을 만들고는 재정건전성을 들먹이며 민생예산을 칼질했다. 약자복지는 어불성설로, 약자무시이자 약자 약탈"이라 비난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야가 워낙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다 보니 예산안 협상이 불똥을 맞을 가능성이 커보인다"며 "윤 대통령 입장에선 포용력 발휘가, 민주당 입장에선 대승적 협조의 자세가 중요한 상황"이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