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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자금경색 자체 해결 노력 나서…구체적 방식은 아직(종합)


입력 2022.10.27 13:26 수정 2022.10.27 13:31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9개 대형 증권사 사장단 ABCP 물량 자체 소화 합의

지원 규모·세부 방안 후속 논의…SPC 설립 방식 유력

무리한 경영 책임 묻히고 시장 논리 어긋난다는 지적도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증권업계가 최근 불거진 자금경색 문제를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물량을 업계 내에서 소화하는 방식 등으로 얼어붙은 단기자금 시장을 해빙시키기 위한 노력을 강구하기로 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메리츠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 등 9개 대형 증권사 사장단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협회 건물에서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이 합의했다.


이들은 최근 일반기업의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뿐만 아니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유동화시장과 증권·여신업권의 단기자금조달시장 등 실물과 금융부문 전반의 유동성이 단기적으로 경색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이에 자산·자금시장 동반 경색으로 인한 현재의 유동성 위기가 증권업계 전체로 확산되지 않도록 자금 여력이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이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레고랜드 ABCP 사태로 촉발된 단기자금 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증권사가 보유한 ABCP 등을 업계 차원에서 자체 소화하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이행해 나가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앞서 지난 23일 자금시장 관련 현황 점검회의에서 ‘50조원+α’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정부의 재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정부’가 축적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서로가 수시로 소통하면서 시장안정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증권업계는 지난 24일과 26일 금투협 주재로 연이어 회의를 개최해 시장의 유동성 위기 해소에 기여할 업계의 역할을 논의해왔고 결국 이날 사장단 회의를 통해 최종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이다.


나재철 금투협회장은 “최근 금융시장 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증권업계 차원의 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며 “대외여건 악화로 어려워진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업계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방식은 확정하지 못했다. 금투협은 후속 논의를 통해 세부 실행방안과 지원 규모를 결정, 실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각사가 500억∼1000억원 수준으로 자금을 각출하고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ABCP를 매입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현재 자금 시장 경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데는 의견이 하나로 모아진 것”이라면서 “각 사별로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세부적인 내용은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수 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현판.ⓒ금융위원회

일단 이번 합의로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지만 세부적인 논의 과정에서 돌출될 수 있는 문제들도 남아 있다. 당장 별개의 민간 회사인 증권사가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것과 관련해서 주주들로부터 배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정부가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도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부동산PF 비중을 과도하게 늘려 온 기업의 경영상 책임은 묻히고 민간회사에 국민들의 혈세가 지원된다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시각이다.


당장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관계 기관들과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증권사 유동성 지원 방안을 논의해 기준과 시행 방식을 결정하고 26일부터 3조원의 추가 유동성 지원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저금리와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인한 수혜를 누리고 위기때는 지원까지 받는 것을 두고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손해나 부담이 발생해도 아무 지원을 못받는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개별 민간 기업인 만큼 경영상 책임도 져야하고 위기 관리를 잘해온 증권사가 못해온 증권사를 지원하는 것이 시장 논리에 맞느냐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의 자금난으로 인한 리스크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책적 지원은 필요하고 더 큰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지원은 과거에도 있어왔다”고 언급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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