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축소에 경쟁 매장 증가로 이중고
소스 등 필수품목 시중서 조달
가맹점주들 비용 절감 위해 이탈
최근 각종 식자재를 비롯해 인건비 등 상승으로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맹본부 이탈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계약을 해지한 일부 점주들이 기존 브랜드와 비슷한 콘셉트의 개인 매장을 여는 사례가 늘면서 가맹본부 또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맹점이 늘어야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내는 가맹본부 입장에서는 가맹점 감소와 경쟁 점포 증가 등 이중고로 겪는 셈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전문점을 10년 넘게 운영했던 점주 A씨는 지난달 가맹본부와 계약을 종료하고 이달 개인 커피전문점을 오픈했다.
프랜차이즈 계약을 해지하고 간판은 바꿔 달았지만 판매하는 메뉴와 인테리어는 기존 것을 대부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A씨는 “최근 본부에서 공급하는 식재료와 포장재 등 가격은 다 올랐는데 가게 매출은 예전만 못한 날이 많아졌다”며 “10년 넘게 장사하면서 노하우가 생긴 만큼 자체 브랜드로 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소스를 비롯해 주요 상품 대부분을 가맹본부를 통해서만 조달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를 전문으로 하는 제조사와 중간 유통사가 늘면서 식재료 조달 루트가 다양해졌다.
A씨는 “프랜차이즈 때와 100% 같을 수는 없지만 다년간 매장을 운영하면서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면서 “식재료나 포장재도 좀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 들어 식자재 비용이 치솟으면서 A씨 같은 점주들의 이탈이 늘자 외식 프랜차이즈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보통 가맹본부는 가맹점에 식재료 등 필수품목을 공급하고 그 과정에서 얻는 마진을 주요 수익으로 삼는다. 때문에 가맹점 수가 많아질수록 가맹본부의 이익도 커지는 구조다.
기본적으로 가맹점 수가 줄면서 식자재 배송 등 물류와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데다 자신들의 브랜드와 비슷한 경쟁 브랜드가 늘면서 경쟁력 약화에 대한 불안감도 큰 탓이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2년 넘게 가맹점 설명회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오히려 빠져나가는 점주가 늘면 가맹본부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본부 수익이 줄면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활동에도 제약이 생겨 가맹점 매출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콘셉트의 브랜드 이른바 미투 브랜드가 증가하는 점도 골칫거리다.
특히 기존 매장이 있던 자리에 간판만 바꿔달고 영업을 지속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해당 매장에서의 불만사항이나 안 좋은 이미지가 이전 브랜드에 전가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커피 프랜차이즈 한 관계자는 “작년부터 지속해서 클레임이 들어오는 매장이 있는데 알고 보니 이탈 점주가 개인 사업을 하는 매장이었다”면서 “우리 가맹점이 아니다보니 조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우리 브랜드 이미지만 나빠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미투 브랜드에 대한 제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커피, 치킨, 음료 등 주요 외식메뉴의 경우 소비 트렌드에 따라 비슷한 메뉴를 출시, 판매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이를 법적으로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이탈 점주가 간판만 바꿔달고 같은 메뉴를 판다고 해서 고발해 처벌하는 일이 쉽지 않다”며 “주요 재료나 토핑만 바꿔 다른 제품이라고 우기면 방법이 없다. 더구나 상대가 기업이 아니고 개인이 운영하는 매장이면 더욱 그렇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