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65조원 규모 '에너지 횡재세' 계획…재정공백 메우기
전쟁에 석유·가스 기업 이익…17일 英 예산안 발표
바이든 "휘발유 가격 안 낮추면 높은 세금"
美중간선거 앞두고 '기업 때리기'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향후 5년간 400억 파운드(약 64조8000억원)의 횡재세 세수를 조달하기 위해 이미 도입돼 있는 석유·가스 기업에 대한 횡재세를 확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수낵 총리는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과 예산안 문제 논의를 통해 횡재세 세율을 종전 25%에서 30%로 인상해 횡재세로 인한 수입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횡재세 부과 기한도 2026년에서 2028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수낵 총리는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리즈 트러스 전임 총리의 감세정책을 폐기하고 자신의 경제정책을 준비 중이다. 앞서 트러스 전 총리가 지난 9월 23일 발표한 대규모 감세안은 파운드화 가치와 영국 국채가격 폭락을 불러 영국 경제난을 가중시켰다.
수백억 파운드로 예상되는 영국의 재정 공백을 메우려면 횡재세 외에도 추가적인 세수 확보와 지출 축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더타임즈는 진단했다. 이에 수낵 총리와 헌트 장관은 지방 정부가 투표 절차 없이 증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법인, 기업 등에 추가적으로 징수하는 세금으로 말한다. 최근 코로나19,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위기 상황이 발생하자 석유·가스 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들의 계획이 5대 국제 석유 회사 중 4곳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공급망 혼란으로 합산 500억 달러에 달하는 순이익을 봤다고 보고된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영국의 다국적 에너지기업인 BP는 올해 3분기 이익이 71억 파운드로, 작년 동기의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영국 에너지기업 셸 역시 지난달 27일 실적 발표에서 3·4분기 순이익이 95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헌트 장관은 예산안 확정을 앞두고 이번 주 내로 주요 제안을 예산정책처(OBR)에 제출할 예정이다. 또한 수낵 총리는 오는 17일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각종 개혁안을 담은 중기 재정 전망도 제시할 계획이다.
국가 정부들 사이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에 이익을 크게 본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최근 석유업체에 대한 횡재세 도입을 검토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백악관 연설에서 "석유기업들의 이익은 터무니없다"며 "미국에서 생산과 정제능력을 늘리는 투자를 하고 주유소 휘발유 가격을 낮추지 않는다면 초과이익에 대해 더 높은 세금과 함께 다른 제재에도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 팀은 의회와 협력해서 가능한 기능을 살펴볼 것"이라며 "석유기업들이 폭리를 멈추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미국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밝힌 횡재세 도입은 오는 8일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화살을 석유기업들에게 돌리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휘발유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비난 여론 기업에게 전가하고 이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공화당이 막고 있다는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AP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유가와 싸우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