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율주행차 부상에 전장 사업 탄력
LG, AI 접목한 디지털 전환으로 품질 향상
삼성, 차량용 반도체 시너지 효과도 기대
반도체가 업황 하락세에 접어들고 디스플레이 산업이 침체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전장' 산업이 나홀로 성장세를 보이며 국내 양대 전자 업체의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양사의 주력 사업이 아님과 동시에 적자를 면치 못했던 전장이 경기 침체 속에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전장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나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전장 사업에 점점 힘을 싣는 모습이다. 당초 해당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꾸준한 투자를 해오긴 했지만, 최근 그 성과가 가시화되자 더 적극적으로 투자 공세와 연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24분기 연속 손실 끝에 전장 사업이 근래 들어 빛을 발하고 있다.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부문은 올해 3분기 매출 2조3454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46%가량 수직 상승한 수치다. 영업익은 961억원으로 사상 첫 흑자를 낸 지난 2분기(500억원)에 이어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현 추세라면 첫 연간 흑자도 유력한 상황이다.
LG전자는 이같은 상승세에 힘 입어 본격적으로 전장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회사는 최근 차량 부품 개발과정에 디지털 전환(DX)을 도입해 품질을 향상시키고 전장사업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AI(인공지능)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전문 기업 '알테어(Altair)'와 함께 자동차 부품 성능을 데이터 기반으로 검증하는 AI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내용으로, 사업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방대한 양의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관리하고 제품의 성능을 미리 예측한다는 취지인데, 쉽게 말해 좀 더 효율적이고 스피디하게 고객 니즈에 맞는 차량 부품을 개발하겠다는 내용이다. LG전자가 전장 사업에 밀도 있는 집중을 하겠다는 의지로 읽히고 있다. 지난 2013년 전장 사업에 뛰어든 이후 계속해서 인수합병 및 투자를 이어오긴 했지만, 최근 사업이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오르면서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LG전자는 앞서 2018년에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 회사 ZKW를 인수해 차량용 램프 사업을 ZKW로 일원화했다. ZKW는 세계 1위 램프 부품사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포드, GM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 덕분에 LG전자 전장 사업 수주잔고는 2018년 약 33조원에서 2019년 말 53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인 캐나다 마그나와 함께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생산하는 합작 법인인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해 전장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악화로 3분기 영업익이 전년 대비 31% 넘게 하락한 삼성전자 역시 전장 부문에서는 실적을 만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전장 사업 자회사인 하만의 3분기 영업익과 매출은 각각 3100억원, 3조63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60%, 51% 늘어난 수치다. 하만은 지난해 3월 차량사물통신(V2X) 기술을 보유한 미국 스타트업 '사바리'를 인수하고, 4월에는 독일 AR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 '아포스테라'를 인수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전장 투자를 본격화해 지난해 들어서야 영업익 흑자를 보기 시작했다. 인수 직후엔 하만이 기존보다 못한 영업익을 내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해 영업익 5990억원을 찍은 후 점차 실적 증가 추세를 그려왔다. 삼성전자는 내년까지 주력 사업인 반도체 수요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이를 대신해 전장 부문과 전장에 들어가는 반도체 사업에도 특히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향후 전장 사업은 꾸준히 성장가도를 달리며 LG전자와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시장의 급성장이 전장 시장 규모를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전장사업 시장 규모는 2024년 4000억 달러(약 480조원), 2028년에 7000억 달러(약 84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