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생명보험과 푸르덴셜생명보험이 공식 통합을 앞두고 화학적 결합을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인사 부문 등에서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평이다.
통합법인 KB라이프의 초대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추천된 이환주 KB생명보험 사장의 소통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통합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1사1라이선스 제도로 인해 기존 계열 생보사가 있는데 다른 생보사를 추가로 인수할 경우 합병해야 한다. 이에 두 회사는 지난 23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합병 인가 승인을 받았다.
이들은 내년 1월 1일 합쳐져 KB라이프라는 사명으로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KB생명의 정통성과 푸르덴셜생명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계승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수장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CEO의 소통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물리적인 행정적 통합 작업은 회사와 금융당국의 결정으로 일순간 이뤄지나 서로 다른 회사 직원들이 결속을 다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일찍부터 양 사간 직원들의 접점을 늘리며 완전한 통합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통합 워크숍·이벤트·뉴스레터 발행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올 연말엔 통합 사옥인 KB라이프타워로 업무공간을 일원화할 예정이다.
이밖에 통합법인이 가장 먼저 당면하는 문제는 사업 파트별로 공통 업무를 조율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양사는 영업지원·IT·자산운용·회계 등 크고 작은 차이점을 공동 운영을 통해 맞춰 나가겠다고 밝혔다.
푸르덴셜생명은 대리점과 설계사를 필두로 영업을 진행해온 회사지만, KB생명의 경우 방카슈랑스를 통해 전체 초회보험료의 95%를 벌어들이는 간단한 구조다. 이러한 다른 점 때문에 오히려 통합 작업이 단순할 것으로 보인다. 방카슈랑스란 주로 은행 창구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만 인사제도(HR)는 고려할 것이 많다. 가장 예민한 문제인 직원 급여 테이블부터 직급과 복지 제도도 서로 납득할 수 있는 부분으로 맞춰 나가야한다. 앞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지난해 7월 합병해 출범한 신한라이프도 통합 1년이 지났음에도 HR 합의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사내문화도 외국계 보험사인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지만 KB생명의 경우 은행을 기반으로 한 금융지주의 계열사로서 비교적 수직적이다.
초대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된 이 대표가 이러한 문제들을 빨리 해결하고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 후보는 KB금융지주 재무총괄 부사장과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대표 부행장, 개인고객그룹대표 전무 및 외환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재무통'으로 알려졌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통찰력과 디테일이 강점인 인물로 알려져 있어 두 회사 간 융합을 이끌 '통합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1월 출범은 장부상 합병이지만 실질적인 통합인 전산과 HR 통합 작업은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등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