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조지아주 내 합작공장 2곳 검토…총 100만대분 전망
현대차 전기차 '규모의 경제' 확보, LG엔솔도 美 장악력 확대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전기차 강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국내 주요 배터리사와 협력을 강화한다. LG에너솔루션·SK온과 미국에 대규모 합작공장을 세워 늘어나는 고객 수요에 부응하는 동시에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내 합작법인(JV, 조인트벤처) 2곳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한 공장당 30~35GWh(기가와트아워) 규모로 현대차그룹이 참여하는 합작공장 규모로는 최대가 될 전망이다.
통상 10GWh의 배터리로 전기차 15만대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합작공장에서는 총 100만대분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치는 전기차 전용공장이 들어설 조지아주다. 양사는 구체적인 부지 선정까지 마치고 착공 시점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생산거점은 총 3곳으로, 앨라배마주 현대차 미국생산법인(HMMA), 조지아주 기아 미국생산법인(Kia Geogia)에 이어 최근 투자를 발표한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다.
3곳은 서로 인접해 있어 부품 조달이나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기차 전용공장인 HMGMA는 조지아주에 있는 기아 미국생산법인과는 약 420km, 현대차 미국생산법인과도 약 510km 거리에 있다. HMGMA와는 차로 각각 4시간, 5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중 HMGMA 배터리 파트너사로 SK온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사업장에도 조달할 전기차용 배터리 확보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 투자를 진행중인 것으로 해석된다. 앨라배마 공장, 조지아 공장 모두 전기차 생산을 위해 라인을 전환할 전망으로, 선제적인 배터리 확보가 요구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총 32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약 12%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중 미국에서는 약 26%인 84만대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기차 제조·판매에 필요한 안정적인 현지 조달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잇달아 손 잡고 합작공장을 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네시아 합작공장 등 현대차그룹과 한 차례 손 잡은 전력이 있는데다 현재 코나, 니로, 아이오닉6 등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거나 공급할 예정이어서 기술 협력에서 문제될 것이 없다.
현대차그룹이 발 빠르게 국내 파트너사와 손 잡는 것은 전기차 시장의 급속성장과 더불어 미국 IRA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 8월 4300억 달러(약 574조원) 규모의 IRA가 공식 발효되면서 미국 외 지역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제조와 배터리 조달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IRA에 따르면 대당 7500달러(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으려면 북미에서 전기차를 제조할 뿐 아니라 해당 차량에 탑재되는 배터리 부품·광물의 북미 제조 비율도 충족해야만 한다. 당장 내년부터 광물 비중은 40%를,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은 50% 이상을 북미에서 조달해야 한다.
이에 현대차그룹, 국내 배터리 3사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북미산 공급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IRA 관련 미국 재무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한편 HMGMA 기공식을 앞당긴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이 힘을 합치게 되면 전기차 선두업체 도약을 위해 보다 공격적인 정책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전기차 생산 전략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배터리사와 손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며 "LG와 SK 모두 현대차그룹과 협업하고 있어 미국 파트너사로 지속 함께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