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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영화제의 의미③] 지역과 ‘함께’…섬진강마을영화제가 보여준 ‘작은 영화제’ 의미


입력 2022.12.02 11:17 수정 2022.12.02 11:17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지역 문화를 창출해 나가고, 이어가는 의미…함께 즐겁게 꾸리는 구조가 되길 바랐다”

곡성 섬진강의 고즈넉한 풍경을 즐기면서, 어울리는 영화까지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9월 열린 제1회 섬진강마을영화제에서는 ‘환경’이라는 소재를 다양하게 풀어내는 영화들을 상영하고, 작가 또는 감독, 배우, 관객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주제를 확장시켜 나갔다.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전부터 지역에서 마을 교육, 문화에 관심을 두고 관련 활동을 해오고 있던 여러 기관 및 관계자들이 모여 ‘공동체 영화 상영회’를 개최했었는데, 주민들과 함께 영화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매력을 느꼈던 것. 이에 본격 영화제를 겨냥, 영화 상영의 규모 및 의미를 확장시켜나가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을 함께한 운영위원장이자 죽곡농민열린도서관 관장인 박진숙 씨는 “도서관을 비롯해 생태 책방 ‘들녘의 마음’과 농업회사법인 미실란고민 등과 함께 꾸준히 마을의 교육 및 문화 활동에 관심을 가져왔었다. 공동체 영화 상영을 몇 차례 하면서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다. 지역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이를 통해 각성 또는 인지를 하기도 하면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환경’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도 마을 주민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박 운영위원장은 이에 대해 “곡성도 그렇지만 농촌 지역은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몸소 느끼는 곳이다. 특히 섬진강을 중심으로 홍수 피해를 입기도 했었다. 다소 위축된 공간처럼 느껴지던 농촌이지만, 기후위기 시대에는 특히나 농촌이 중요한 공간이 된다. 이 공간을 존중받고, 또 인정을 받으려면 각성이 돼야 한다고 여겼다. 이런 환경 영화제를 개최해서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또 그것을 지키는 최전선이 농촌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파밍보이즈’를 비롯해 ‘그레타툰베리’, ‘미싱타는 여자들’ 등 영화제의 주제에 맞는 영화를 함께 감상하고, 상영작들의 일부 감독 및 제작진이 곡성을 찾아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색다른 경험을 한 지역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았다고. “반응은 좋았다”고 당시를 되돌아본 박 운영위원장은 “의견을 최대한 받으려고 했다. 온라인으로도 받고, 즉석에서 받기도 하고, 서로 공유할 수 있게끔 했다. 특히 작가나 감독과의 대화를 할 때 반응이 좋았다. 초청을 하지 않았는데, 출연자 분들이 감독님과 함께 직접 내려와 주시기도 했다”라고 반응을 전했다.


곡성 지역에 거주 중인 다큐 감독들이 영화제 진행에 도움을 손길을 건네는 등 지역 예술인들의 활동 장을 마련해주는 순기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거주 중인 감독님이 계셨다. 영화제 개최 소식을 듣고 기획부터 함께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제를 개최하면서 곡성의 작은 영화관부터 여러 공간들을 자연스럽게 활용하게 됐고, 이에 영화제가 끝난 이후에도 해당 공간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는 효과도 느낄 수 있었다고. 그는 “작은 영화관에서 상영을 하기도 했고, 지역에 공유공간들이 많다. 이번에 영화제를 개최하면서 그분들께서 지역에 많은 공간을 내주셨고, 그곳에서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하며 활용을 했다. 공동체 활동이나, 농업법인 회사들이 만든 공간인데 그동안에는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았는데, 영화제가 끝난 이후에도 활발함이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은 물론, 그동안 곡성의 여러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던 타 지역민들에게도 적극 홍보를 했고, 이에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을 하기도 했다. 특히 영화상영은 물론, 섬진강 부근을 함께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을 하기도 했다. 영화제가 담은 메시지를 직접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그 의미를 함께 확장시켜 나간 것.


물론, 아직 1회 영화제인 만큼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박 운영위원장도 알고 있었다. 섬진강마을영화제 또한 작은 규모지만, 지자체로부터 일부 예산을 지원받아 개최를 했던 것. 박 운영위원장은 “영화제는 단순하게 지역 경제 활성화 부분으로만 접근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관광객을 유치하거나, 지역에 대한 호감을 가지게 하는 큰 의미도 물론 있지만, 지역민들,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우리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 하고, 자존감을 가지게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문화를 창출해 나가고, 이어가는 의미로서 작은 영화제들의 의의가 있다고 여긴다. 안정적인 영화제를 이어가기 위해선 지역민들이 같이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우리가 고무적이었던 부분이 작게라도 함께 하겠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체 펀딩도 이뤄지곤 했다. 그러한 자체적인 노력들이 이뤄지다 보면, 그것이 힘이 되고, 그러다 보면 지자체던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주는 이들이 생긴다고 여긴다. 함께 즐겁게 꾸리는 구조가 되길 바랐다”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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