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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 나서는 철강업계, 왜?


입력 2022.12.12 14:29 수정 2022.12.12 14:29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포스코·세아베스틸 이어 동국제강 지주사 전환 추진

동국제강, 동국홀딩스 및 동국제강·동국씨엠 설립

중대재해처벌법·승계 작업 등 여러 의견 나와

동국제강 포항공장 전경. ⓒ동국제강

철강업계에 지주사 전환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초 지주사 체제가 된 포스코와 세아베스틸에 이어 최근 동국제강도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이들은 지주사 중심의 신성장사업 육성을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로 철강업계에서 타 업종에 비해 사고가 자주 발생하면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인적 분할을 통해 철강 사업을 열연 사업 신설법인 '동국제강'(가칭)과 냉연 사업 신설법인 '동국씨엠'(가칭)으로 분리하고, 그룹의 전략적 컨트롤타워 ‘동국홀딩스(가칭)’을 세우기로 했다.


동국홀딩스는 분할 완료 후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지주사로 전환될 예정이다.


동국제강은 장기적 관점의 성장 동력 발굴 및 전략적 투자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동국홀딩스를 출범시키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략·재무·인사 등 조직으로 신사업 발굴과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고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을 높여 주주가치 향상을 추구하겠단 것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이제 회사의 재무적 체력이 회복이 됐고 많이 안정적이게 돼 존속회사와 사업회사를 나눠 각자 사업에 좀 더 집중할 여건을 만들고자 한다”며 “홀딩스에서는 전략, 재무, 인사 등과 같은 부분에서 브랜드가치를 관리하고 인사적인 부분에서는 인력 구조 포트폴리오 수합한다거나 미래를 위한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포스코와 세아베스틸과의 사례와도 일맥상통한다. 포스코와 세아베스틸은 지주사를 중심으로 미래 신사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겠다며, 포스코홀딩스와 세아베스틸지주를 각각 출범시켰다.


다만 시기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해에 지주사 설립이 이어지면서, 이를 의식했다는 시각도 적잖다.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작업장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할 시 해당 기업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 혹은 1억원 이상 벌금형을 내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실제 수년간 제철소 내에서 사건사고가 잦게 발생했던 포스코가 지주사설립을 발표하던 당시 법적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며, 외부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었다. 최정우 회장이 포스코홀딩스 수장이 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이 철강 사업회사 포스코 사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포스코 노조는 “경영과 투자 결정은 포스코홀딩스에서 하고, 공장운영이나 책임은 포스코와 계열사가 떠안게 돼 최정우 회장의 꼼수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며 지주사 전환을 반대했다.


동국제강도 지난 3월 21일 포항공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돼 장세욱 대표이사 부회장이 처벌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보통 신사업 확대를 위해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곤 하는데, 동국제강의 경우 이 명분이 부족하다.


다양한 방식으로 신사업 발굴을 추진했던 동국제강은 과거 쌍용건설 인수합병(M&A) 실패 후 고부가가치 제품인 컬러강판에만 집중하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현재 동국제강이 투자를 고려중인 아이템들도 철강분야에만 속한다. 장세욱 부회장은 최근 수소, 전기차 등 새로운 트렌드보다도 회사가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동국제강의 승계 작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단 분석도 나온다. 동국제강의 지분 13.94%를 갖고 있는 대주주 장세주 회장은 지난 2015년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막내동생인 장세욱 부회장이 실질적인 경영을 맡고 있다.


따라서 향후 장 회장 장남이자 이번에 본사로 복귀하며 전무로 승진한 장선익 상무가 동국홀딩스를 맡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 상무의 지분율 0.83%에 불과한만큼,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필요했단 관측이다.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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