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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넘어 뮤지컬 본 고장으로…뮤지컬 산업화 20년, 그 이후


입력 2022.12.13 07:44 수정 2022.12.13 07:44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올해 뮤지컬 시장 매출 4000억 돌파 기대

"한국적이면서 보편성 있는 작품 필요"

국내 뮤지컬 시장이 연간 매출 4000억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 흥행 이후 20여년 만이다.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일각에선 뮤지컬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뮤지컬 업계는 국내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과 더불어 뮤지컬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미국과 유럽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K-Musical로드쇼In London’ 뮤지컬 '마리 퀴리' 쇼케이스(위)와 국내 창작진들의 오프닝 ⓒMark Senior, 라이브(주)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3630억1697만원이다. 전년 동기(1949억2486만원) 대비 약 86% 증가한 수치다. 연말 ‘물랑루즈!’ ‘스위니토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영웅’ 등 대작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 올해 4000억 돌파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뮤지컬 시장이 4000억 규모로 성장하고, 공연계의 60% 이상을 지탱하는 동안 시장 확장을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어졌다. 특히 해외 진출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필연적인 미래 먹거리였다. 해외 마케팅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명성황후’의 경우 1997년 뉴욕, 2002년 런던 웨스트엔드, 2003년 LA, 2004년 토론토 등 해외 공연으로 창작뮤지컬의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전 세계 공연 시장이 얼어붙었던 팬데믹 시기에도 국내 작품 수출을 멈추지 않았다. 다만 이 시기엔 ‘명성황후’를 비롯한 1세대 뮤지컬 시대 영미권 진출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아시아·중화권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미아 파밀리아’ ‘더 픽션’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등이 대표적이다.


팬데믹을 이겨낸 국내 뮤지컬계는 다시 뮤지컬의 본고장이라 할 북미와 유럽으로의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영화, 드라마에 이어 K-공연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을 넘어 뮤지컬 시장의 핵심인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 진출을 부추긴 배경이 됐다.


공연제작사 오디컴퍼니는 F.S.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뮤지컬로 제작해 브로드웨이 공연을 추진 중이다. 현재까지 세 번의 리딩(낭독) 워크숍을 진행한 오디컴퍼니는 12월 중 네 번째 워크숍을 가진 뒤 2023~2024년 중 미국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갖고 브로드웨이와 국내 공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두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이야기를 그린 ‘피렌체의 빛’, 쥘 베른 소설 ‘해저 2만리’에서 영감을 받은 ‘캡틴 니모’ 등의 글로벌 창작 뮤지컬을 개발하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도 해외 진출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엔 뮤지컬 ‘팬텀’의 공연 실황을 담은 ‘팬텀: 더 뮤지컬 라이브’를 북미 40여 개 도시에서 상영해 북미 시장 관객들을 만났다. 또한 해외 진출을 겨냥해 한국적 소재를 다룬 소설 ‘한복 입은 남자’의 뮤지컬화도 최근 결정했다.


지난 11월에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리플리-그리어 스튜디오’(Ripley - Grier Studios)에서 한국 창작뮤지컬 ‘크레이지 브래드’, 영국 웨스트엔드의 ‘개츠비 맨션’(Gatsby's Mansion)에서 ‘K-뮤지컬로드쇼 in 런던’ 프로그램으로 ‘마이 버킷 리스트’ ‘인사이드 윌리엄’ ‘마리 퀴리’의 현지화 낭독 공연 쇼케이스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도 했다. ‘K-뮤지컬로드쇼’ 역시 2016년부터 중화권에 집중하던 것을 영국, 미국으로 확장한 사례다.


업계 관계자들은 내수 시장을 탄탄하게 다지면서 동시에 해외까지 시장을 넓히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작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국내에선 현재 많은 창작 뮤지컬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적이면서도 국내외 모든 관객들에게 보편적으로 통하는 작품들이 나온다면 K-콘텐츠의 흥행, 즉 콘텐츠 한류가 뮤지컬 무대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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