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가상화폐거래소인 FTX의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30)가 중미(中美) 바하마에서 전격 체포됐다. FTX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지 한달 만이다. FTX가 파산하는 과정에서 자금세탁과 사기 등 각종 금융범죄를 저지른 혐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바하마 당국은 12일(현지시간) 미 검찰의 요청으로 뱅크먼-프리드를 붙잡았다. 뱅크먼-프리드는 FTX가 파산보호 신청한 이후 FTX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났지만 본사가 있는 바하마에 은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언 핀더 바하마 법무장관은 “미국이 송환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필립 데이비스 바하마 총리는 “미국 수사와 함께 바하마도 FTX 붕괴에 대한 자체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먼-프리드는 FTX에 예치된 고객자금을 관계사인 투자사 알라메다리서치 투자금으로 쓰는 등 고객 자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미 검찰과 금융당국은 FTX의 관계사 알라메다리서치로 거액의 FTX 고객 자금이 흘러 들어간 것이 파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도 뱅크먼-프리드를 증권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그는 상위 채권자 50명에게 31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빚도 지고 있다.
FTX의 방만한 경영은 파산보호 신청 후 새로 부임한 존 레이 FTX CEO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그는 FTX의 고객 자산이 뱅크먼-프리드가 운영하는 알라메다의 자산과 섞여 혼탁하게 운영됐다고 비판했다.레이 CEO는 미 하원 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답변서에서 FTX 붕괴를 두고 "경험이 부족하고 세련되지 않은 소수에 의해 기업 통제가 집중된 데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내 경력에서 재무제표와 내부 통제, 지배구조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이런 기업 통제의 완전한 실패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레이 CEO는 과거 회계 부정으로 무너진 엔론의 청산 과정을 맡았던 구조조정 전문 기업인이다.
전문가들은 뱅크먼-프리드가 사기 혐의로 기소되면 최대 종신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최근 FTX 사태와 유사하다며 회자되고 있는 폰지 사기범 버니 매도프는 2008년 체포 후 법원에서 150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FTX는 앞서 지난달 11일 대규모 자금 이탈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뱅크먼-프리드는 13일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원격으로 출석해 FTX의 파산 과정에 대해 증언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체포로 무산됐다.
뱅크먼-프리드의 부모는 둘 다 실리콘밸리 인재 산실인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다. 뱅크먼-프리드 역시 이 지역 명문 사립고를 거쳐 MIT(수학·물리학 전공)를 졸업한 후 4년 동안 뉴욕 월가 투자은행 ‘제인스트리트’에서 상장지수펀드(ETF) 담당 트레이더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