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성, 병원이송 돼 뇌사상태 빠졌다가 숨져
1심 "피고인, 만취 상태인 피해 여성 사고 발생 짐작했을 것"…징역 10년
항소심 "감금 등 모든 혐의 인정되지만…유족 합의하고 처벌 원하지 않는 점 참작"
한 여성이 자신을 모텔로 억지로 끌고 들어가려는 남성을 피해 달아나려다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는 유족이 합의하고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을 참작해 가해 남성의 형량을 절반으로 줄었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형사1부(박해빈 고법판사)는 강간치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A씨에게 징역 10년의 원심을 깨고 이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여성 고객 B씨를 자신이 운영하는 울산의 한 스크린골프장으로 불러내 둘이서 술을 마셨다.
B씨가 술에 취하자 A씨는 함께 택시에 탄 뒤 모텔로 이동하면서 성추행했고, 모텔 안으로 B씨를 끌고 들어가려 했으나 B씨는 입구 문을 잡고 버티며 거부했다.
재차 B씨 몸을 붙잡은 A씨는 그를 모텔 안 까지 끌고 갔고, 카운터 앞에서도 실랑이가 계속됐다.
이후 B씨는 뒷걸음질 치면서 A씨로부터 빠져나왔으나, 이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다 현관문 옆 계단으로 굴러떨어져 정신을 잃었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26일 동안 뇌사상태로 있다가 결국 숨졌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이 사건 발생 전까지 둘이서 술을 마시거나 교제한 사실은 없다"며 "피고인은 사건 당일 만취 상태인 B씨가 자신에게서 벗어나려다가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했을 것이다"고 A씨 죄를 인정했다.
이에 A씨는 성폭행 의도가 없었고, B씨 사망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2심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A씨의 감금·강간 의도 등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목숨을 잃었고, 유족 역시 평생 상처를 안게 됐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피해자의 사망이 A씨의 직접적 폭력에 의한 것이 아닌 점, 유족이 합의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참작했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