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대공사 끝에 2020년 5월 재단장
정비부터 CS까지…인재 길러내는 통합교육센터
직접 보고 만지고 끼우는 대규모 실습장
"자동차 시장 자체가 워낙 치열합니다. 이제는 차를 잘 만드는것도 중요하지만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만족감을 드리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정구민 현대차 고객서비스전략팀 책임매니저는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러닝센터(GLC)의 존재 이유를 이같이 정의했다. 지난 14일 방문한 천안 GLC에서는 글로벌 자동차기업으로서 차량을 잘 만드는 데만 그치지 않고, 우수한 고객 관리와 사후 서비스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현대차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GLC는 기존 국내 서비스 정비 기술 교육 중심이었던 천안 정비연수원을 4년간의 대규모 공사 끝에 재단장한 시설이다. 정비교육은 물론 자동차 이론, 국내·외 판매, 상품, 고객 응대까지 제조 이후 모든 과정을 교육함으로써 차가 아닌 '사람'을 길러낸다.
최고 시설과 최적의 교육환경… 현대차의 '인재 산실'
GLC는 크게 교육동과 생활관으로 분리돼있다. 교육생들은 교육 프로그램이 짜여지면 GLC로 모여 강의 기간 동안 생활관에 머물며 강의동에 위치한 강의실을 옮겨다닌다. 마치 대학교 캠퍼스와 같은 개념이다. 건물 내부 곳곳에는 강의명과 교육 기간, 강의실 호수, 시설 안내가 적힌 안내 디스플레이가 붙어있어 한눈에 교육 현황을 파악하기에 수월했다. 넓은 강의동을 헤멜일도 전혀 없다.
교육동은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까지 총 4개의 층으로, 각 강의장마다 교육을 위해 최적화된 구조로 만들어졌다. ▲ 승용정비 실습교육장 8개, 전동차 정비 전용 실습장 2개, 중대형 상용차 정비 실습장 2개 ▲ 디지털 학습 콘텐츠 제작과 원격 라이브 화상교육이 가능한 첨단 ICT 기반 스튜디오 ▲ 고객응대 체험·실습이 가능한 롤플레잉 교육장 ▲실차 기능 테스트와 주행체험이 가능한 소형 드라이빙 트랙 ▲ 각종 교육 및 워크샵을 수행할 수 있는 강의실 ▲ 컨퍼런스룸 및 세미나룸 등으로 구성됐다.
글로벌 자동차기업의 교육센터인 만큼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장비도 교육장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오토노머스 모바일 로봇(AMR)이다. 이 로봇은 수백키로에 달하는 엔진, 미션 등을 필요한 수량만큼 교보재실에서 강의실로 옮겨준다. 해당 로봇에 필요 수량과 위치를 입력하자 교보재실 한 켠에 배치된 엔진을 직접 꺼내 원하는 장소까지 옮겨줬다.
현대차 관계자는 "300-400kg에 달하는 엔진을 기존에는 사람이 옮겨야 했지만 무겁기 때문에 자칫 다칠 우려가 있었다"며 "AMR은 방향과 각도의 이동까지 수월하게 해내며 사람이 힘들이지 않고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차가 전동화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전기차 엔지니어링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는 공간도 넓게 만들어졌다.
전기차 실습 교육장으로 들어서니 아이오닉5에 탑재된 배터리가 강의실 한 켠에 넓게 자리했다. 아이오닉5의 배터리 구조와 장치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이 곳에서 교육생들은 직접 배터리를 보고, 끼우고, 만져볼 수 있다. 실습장 안쪽 벽은 폴딩도어로 이뤄져 도어를 열어 강의실에 위치한 차량을 바로 건물 외부로 내보낼 수도 있다. 다양한 차량을 언제든지 강의실로 들여와 교육에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스튜디오에서는 온라인 화상 교육도 가능하다. 4개의 큼지막한 스크린이 자리한 스튜디오에서는 교육자가 카메라를 향해 강의를 하고, 이를 온라인을 통해 바로 송출한다. 화면에 어떻게 비춰지는지 강의를 하면서 실시간으로 확인도 할 수 있다. 엔지니어들이 GLC에서 교육을 수료한 후에도 연속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학습 콘텐츠도 이 곳에서 만든다.
고급 리조트를 방불케하는 생활관은 교육 만족도를 더욱 높이는 요소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생활관 1층에 위치한 당구장에 교육생들이 모여들었다. 이날 교육동에서는 도면 해석, 데이터 분석 등의 교육이 실시됐는데 해당 교육생들이 자유롭게 생활관 시설을 이용하면서 점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생활관은 교육생들이 교육외 시간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최적의 시설을 갖췄다. 객실은 고급 호텔 수준의 침구가 아늑함을 자아냈고, 헬스장, 농구장 등 운동시설도 갖췄다. 음악감상실에서는 각종 LP판을 직접 연결해 들을 수도 있고, 마련된 쇼파와 헤드셋을 통해 직접 노래를 선택해 들을 수도 있다.
도서관과 플랜테리어로 꾸며진 휴게공간은 생활관의 꽃이다. 도서관은 마치 코엑스의 별마당 도서관을 작은 공간에 축소해놓은 것 처럼 높은 천장까지 책으로 꽉 들어찬 모습이었다. 시설 하나하나에 휴식에 최적화된 공간 디자인이 돋보였는데, 조병수 건축가의 작품이었다.
현대차가 GLC에 이토록 공들인 것은 현대차 고객관리의 핵심 역할을 하는 훌륭한 엔지니어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차량을 잘 만드는 것을 넘어 잘 판매하고,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정비와 서비스 부문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GLC에서 양성한 엔지니어들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접하는 블루핸즈, 하이테크 센터에서 직접 마주하게 된다. 고객과 보다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만큼 전문적인 엔지니어링과 고객 응대 실력을 갖춰 현대차를 선택한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여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는 셈이다.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인재를 소중히 여기겠다는 현대차의 경영 전략이 돋보인다.
현대차는 현대차 공식 기술 인증 프로그램인 HMCP(현대마스터인증프로그램)를 L3이상 수료한 엔지니어를 서비스 전 거점에 배치하는 것이 목표다. HMCP는 L1~L4 단계로 구성돼 엄격한 평가기준을 충족한 인원에게 레벨을 부여하고 있다. L3이상은 고난도 복합 수리가 가능하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자동차 정비소를 무섭고 어려운 장소로 인식하는 고객이 많은데, 인재 양성과 서비스 교육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 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