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강점 가진 대우조선…'육해공' 망라하는 방산 포트폴리오 완성
한화 태양광, 대우조선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시너지 기대
자산총액 80조→92조로 확대…재계 서열 6위 포스코와 어깨 나란히
한화그룹이 16일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단숨에 상선 및 방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외형적 규모 확대는 물론, 육해공 방산 포트폴리오 완성, 석유화학‧태양광과 조선‧해양설비 사업간 시너지 창출 등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
대우조선은 1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 계열사들과 9월 26일 투자합의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별도의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한화그룹에 대우조선해양 보통주식 10443만8643주를 주당 1만9150원에 신규로 발행한다.
한화그룹은 2조원을 들여 대우조선 신주 49.3%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기존 최대주주인 산업은행도 28.2%의 지분을 남긴다.
한화그룹 내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가장 많은 1조원을 투입하고, 한화시스템 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 4000억원, 한화에너지의 3개 자회사가 1000억원씩 부담한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한화그룹은 방산 분야의 규모와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기존 항공우주 분야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자주포‧장갑차 등 지상무기를 생산하는 한화디펜스에 잠수함‧구축함‧호위함 등을 생산하는 대우조선의 특수선 부문까지 더해져 ‘육해공’을 망라하는 방산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을 둘러싼 미국-중국 갈등 등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며 세계적으로 방산 수요가 확대되는데다, ‘가성비’와 ‘안정적 공급능력’이 검증된 K-방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시장 상황도 우호적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 달성 시기도 좀 더 앞당겨질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7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하는 방산 부문 사업 재편을 실시하며 이같은 비전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한화그룹은 3개 회사에 분산돼 있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모으는 한편, (주)한화에서 물적분할된 방산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해 명실상부한 종합방산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채비를 마친 상태다.
이번 대우조선 인수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력을 맡은 것도 방산 사업을 하나로 묶는 그림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의 상선‧해양 부문 역시 그룹 전체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한편, 두 회사의 친환경에너지 사업간 시너지를 내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은 상선 분야에서 LNG 운반선에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도 탄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인수 이후 LNG와 그린수소‧암모니아의 생산-운송-발전까지 이이어지는 토털 밸류 체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신재생에너지 수요 확대에 발맞춰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과 대우조선의 풍력발전 사업도 상호 보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상풍력발전 설치선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대우조선 인수 이후 한화그룹이 재계에서 갖는 위상도 달라질 전망이다. 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한화그룹의 자산총액은 80조4000억원으로, 재계 서열 7위였다. 여기에 자산총액 11조4000억원인 대우조선을 단순 결합하면 자산총액은 92조원 수준까지 치솟는다.
이는 재계 서열 6위인 포스코그룹(96조3000억원)을 바짝 추격하는 수준으로, 향후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 등을 감안하면 조만간 서열이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항공우주 분야의 경우 단기간 내에 아웃풋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조선 업황이 살아나는 시점에 대우조선을 인수해 믿음직한 캐시카우를 확보하게 됐다”면서 “대우조선으로서도 산은 산하에서 단기 성과에 급급했던 한계에서 벗어나 대기업 계열로 편입됨으로써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