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추모·소통 공간 후보지 용산구 민간 건물 2~3곳 유족에 전달…유족들 아직 반응 없어
이헌 진상규명소위원회 위원장 "기억 되살려야…참사 상징할 수 있는 지역에 추모 공간 마련됐으면"
추모·소통 공간 한 공간 가능성…추모공간 영정 100여개, 소통공간 유족회의 가능토록 꾸려질 예정
장소 안 정해져 운영기간·예산규모 논의 된 것 없어…행안부 "예산 먼저 집행하고, 정부 보조해주는 방식"
이태원 참사 피해자 유족들이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을 대체할 추모 및 소통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에 요구하자, 서울시 등이 용산구 내 민간 건물들을 후보지로 제시했지만 유족들의 반응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22일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최근 이태원 참사 유족들에게 추모·소통 공간 후보지 10여 곳을 검토해 2~3곳으로 추려 보냈다. 현재 후보지는 모두 용산구 내 민간건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역 인근 장소에 추모·소통 공간 마련을 해달라고 행정안전부 등에 요청했다. 그러나 이태원역 인근은 임대인을 비롯 일부 주민, 상인들이 이태원 상권 침체 문제로 반기지 않고 있어 범위를 좀 더 확장해 용산구 내 건물들을 후보지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1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현장조사에서 "유족이 사용할 추모·소통 공간 필요성이 제기돼 서울시도 이에 참여하고 있고 최근 (유족) 직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유족을) 뵙게 되면 원하시는 추모·소통공간을 마련해드릴 것"이라며 "민변을 통해 유족 모임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의사를 전달했는데 (답변이) 소극, 부정적이었다"고 전했다.
행안부 관계자도 "서울시와 용산구청이 추모공간 후보지를 유족분들에게 전달했지만 아직 회신은 받지 못한 상황이다"며 "장소 협의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운영 기간이나 예산 문제 등은 아직 논의 단계가 아니고 언급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헌 대한변호사협회 이태원참사특위의 진상규명소위원회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를 상징할 수 있는 지역에서 추모 공간이 마련되면 좋겠다"며 "158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죽었는데, 우리 기억 속에서 지우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는 없지 않나. 멀쩡하게 길 가다 압사 당하는 일이 없도록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 합동분향소 운영이 크리스마스 때까지로 알고 있는데, 유족들이 추위에 노출된 문제부터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추모 공간에는 영정 100여개 등이 놓이고 소통 공간에는 유가족들이 모여 회의할 수 있는 장소로 꾸려질 예정이다. 추모·소통 공간 운영 기간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는 상태다. 추모·소통 공간이 한 건물 내에 마련될지 여부는 유족들의 뜻에 따를 것이라고 시는 전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장소 규모는 결정된 것이 없지만 추모 공간과 소통 공간을 한꺼번에 같이 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 규모도 아직 미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장소가 정해지면 예산을 선집행해 나중에 정부가 보조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세월호 참사 때도 예산을 정해두고 쓴 것이 아니라 먼저 쓰고 사후 정산하는 형태였다. 예비로 쓰기에는 계산 비목이 없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이태원 사고 현장 수습을 위해 시에 특별교부세 10억 원을 지원했는데, 교부세가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 공간은 참사 53일 만인 21일 정리됐다. 피해자들을 기렸던 조화와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 등 추모물품은 현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과 이태원광장 시민분향소로 나눠 임시 보관 중이다. 시는 추모물품은 서울기록원에 위탁 여부 등을 포함해 유족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유족들은 서울시 등과 협의해 영구 보존 공간을 물색할 계획이다.
이태원역 1번 출구 공간 재단장을 시작으로, 이태원 거리를 애도와 기억의 공간으로 정비하는 작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23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이태원 관광특구 연합회와 함께 추모공간 정비 방안을 협의한다고 밝혔다. 세 단체는 당일 오전 11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구체적인 재단장 계획을 밝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