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격이나 드론 등
새로운 유형의 현대적 도발로
'비정규전 상황' 조장할 수도
북한이 무인기 5대를 동원해 우리 영공을 침범한 지 하루 만인 27일 오후 인천광역시가 무인기 관련 재난문자를 오발송해 혼란을 빚었다. 무인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군이 공중 전력을 투입한 상황에서 인천시가 섣불리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무인기 위협을 계기로 우리 대비태세에 허점이 드러난 가운데 향후 북한이 기존 전쟁 수단 외의 '회색지대 도발'을 지속적으로 감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신철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이날 북한 무인기 관련 브리핑에서 "어제 적 무인기 5대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했고 우리 군은 이를 탐지·추적했으나 격추시키지 못했다는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북한) 정찰형 소형 무인기는 3m급의 작은 크기로 현재 우리 군의 탐지·타격 능력으로는 격추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우리에게 실질적 위협이 되는 적 공격형 무인기는 우리 탐지·타격 자산으로 대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적 무인기 도발 시 탐지·식별조차 못 했으나, 이번에는 적 무인기를 탐지·추적했다"고 덧붙였다.
합참 관계자는 "과거에는 탐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탐지했다고 잘했다는 건 아니다"면서도 "효율적으로 작전을 운용해 대비태세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강 본부장은 "향후 어떠한 적 도발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대비태세를 완비해 나가겠다"며 △드론 부대 조기 창설 △물리적·비물리적 타격 자산 및 스텔스 무인기 확보 △합참 차원의 통합된 방공훈련 주기적 실시 등을 약속했다.
'무인기 재난문자' 발송한 인천시
"종합적으로 자체 판단해서 발송"
합참 관계자는 인천시가 이날 오후 2시57분께 '강화군 석모도 일대에 무인기가 관측됐다'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발송한 데 대해선 "우리 아군 항공기의 이동을 보고 재난문자를 보낸 듯하다"며 "오늘 상황은 새 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강화도 인근에 무인기 추정 물체가 탐지돼 군 당국이 공중 전력을 출격시켜 직접 확인에 나선 상황에서 지자체와 손발이 맞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해당 재난문자를 발송한 인천광역시 비상대책과 경보통제소 관계자는 '군과 협의해 재난문자를 발송했느냐'는 질문에 "종합적으로 자체 판단해서 발송했다"고 답했다. 사실상 군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전날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5대 가운데 4대가 강화도 일대를 휘젓고 다녀 지역 주민 불안이 가중된 상황이긴 하지만, 최소한의 확인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장 지배한
구형 드론에 인상 받은 듯"
무인기 여파로 연이틀 홍역을 치른 상황이지만, 향후 북한이 '뜻밖의 도발'을 지속적으로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러시아 쌍방이 구형 드론을 가지고 전장을 지배하는 데서 북한이 아마 깊은 인상을 받은 것 같다"며 "비정규적인, 새로운 유형의 현대적 도발이 시작됐다고 보여진다. 뜻밖의 수단을 가지고 정체불명의 전쟁을 벌이는 회색지대 전쟁"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올해 북한의 사이버전 공격이 강화될 거라는 경고를 몇 번 들었다"며 향후 사이버 공격이나 구형 드론 등을 활용한 도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론 남한 사회의 혼란과 우리 정부의 잘못된 대응을 유도함으로써 한반도를 본인들이 주도하고 통제하겠다는 '비정규전 상황'이 내년까지 고조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부연했다.
기술력 저평가에
반발했을 가능성도
일각에선 북한의 무인기 도발이 남측에서 제기되는 '기술력 저평가'에 대한 반발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북한은 지난 18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시험'을 진행했다며 서울 촬영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낮은 해상도 등을 이유로 '조악하다'는 평가가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쏟아졌다. 이에 북한이 한국의 기술력 '허점'을 드러내기 위해 무인기 투입으로 맞대응에 나섰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무인기 도발이 "북한 정찰능력을 위협적이게, 허를 찌르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차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