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간 소통, 보고체계 간소화 등 개선 주문
"정몽구 명예회장에게 보고할 땐 결론부터 말했다" 후일담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조직간 소통과 보고문화의 개선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특히 리더들에게는 열린 마음으로 보고받는 자질이 필요하다면서 그걸 인사 기준으로 삼는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3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한 신년회에서 “능동적이고 능률적인 조직문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한 직원의 요청에 이같이 답했다.
정 회장은 “사일로 방식(조직간 소통 단절)으로 일하는 관습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면서 “(실무 직원들) 본인의 일에 집중하다 보면 옆 부서에서 하는 일을 모를 수 있지만 본부장 레벨에서 소통이 원활하게 돼야 실무진에서도 미팅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빠른 시간에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도적이건 비제도적이건 서로의 관계를 개선시키는 활동을 통해 반드시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보고 문화에 대해서도 “개선을 하고 있지만 전혀 충분하지 않다. 더 간편하고 확실하고 효율적으로 해야한다”며 더욱 적극적인 개선을 주문을 했다.
그는 “본인 생각을 상사에게 보고할 때 특히 그렇다”면서 자신이 정몽구 명예회장에게 보고할 당시 일을 예로 들었다.
정 회장은 “저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질문이 있으면 제 생각과 결론을 먼저 얘기하고 이유를 설명했다”면서 “그런데 우리는 어떨 때 보고(받을 때)를 보면 결론이 없고, 자신의 생각이 없다. 어떨 때는 A, B, C 세 가지 생각을 주고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그런 보고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저부터가 그렇게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하는 입장에서는 보고 내용의 수용 여부에 대해 개의치 말고 자신감 있는 태도를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정 회장은 “보고하다 보면 그것이 안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 그것에 대해 절대 낙담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계속 지속적인 보고를 하고 설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를 받는 위치에서의 자질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정 회장은 “보고 받는 사람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질이 필요하다”면서 “그래서 리더의 자질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저는 그것을 인사의 기준으로도 생각한다. 이분이 들을 수 있는 분인가 아니면 귀를 막고 있는 분인가 그런 부분에 대해 솔선수범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과거에 감사쪽에 우리회사 보고에 대한 문화를 조사해달라고 했더니 보고서는 굉장히 긴데 결론이 없더라. 그래서 우리 보고 문화가 잘못돼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서 “저부터 솔선수범해서 그런 면은 바꿔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사소한 것들을 바꿔 나가는 데서 큰 게 바뀔 수 있고 그걸 뒷받침하는 제도는 끊임없이 변경하고 바꿔서 업데이트해서 일하기 편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날 타운홀 미팅 총평에서 전자·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의 문화를 본받을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자동차를 만들고 있지만 현재 (자동차 한 대당) 반도체 칩이 200~300개 정도 들어간다면 앞으로 자율주행 레벨4, 레벨5에서는 대당 2000개정도 들어갈 걸로 예상한다”면서 “자동차 제조사지만 전자회사보다 더 치밀하고 꼼꼼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진 기업문화, 과감하고 도전적인 문화가 있지만, 전자회사들은 치밀하고 꼼꼼한 문화가 있다”면서 “우리에게 없는 문화를 본받아 작은 것부터 꼼꼼하게 해나가면 전세계에서 어떤 전자회사나 ICT회사보다 더 치밀하고 종합적인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