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김동희, 사실무근→사과
'유령'으로 복귀
다양한 작품 속 캐릭터로 관객과 만나야 하는 배우가 사건 사고 등 개인적인 이슈로 낙인 찍히는 순간, 그 파열음은 생각보다 깊고 날카롭다.
맡을 수 있는 역할도 한정적이며, 대중도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설득되기 힘들다. 일부 배우들이 예능에도 잘 나가지 않고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기 꺼려 하는 이유도 작품 속 캐릭터로 온전히 기억되고, 연기에 다른 이미지가 개입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하물며 학교 폭력, 사생활 등으로 문제를 일으킨 배우라니. 이들의 작품은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18일 개봉을 앞둔 '유령'은 학교 폭력(학폭) 전력이 있는 배우 김동희의 복귀작이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 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극중 김동희는 총독부 통신과 직원 백호 역을 맡았다. 백호는 아픈 어머니를 모시며 사는 건실하고 여린 청년으로, 상사 박차경(이하늬 분)을 믿고 따르는 인물이다.
영화에서 백호는 상사를 궁지에 몰지 않기 위해 스파이를 알고도 모른 척 하거나, 어머니의 생사로 협박하는 카이토(박해수 분)를 향해 울부짖는 가련한 캐릭터로 나오지만, 김동희의 학폭 사실이 자꾸만 떠올라 몰입을 방해한다. 김동희는 2021년 1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중학교 시절 장애인 친구를 괴롭혔다는 학폭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김동희는 즉각 사실을 부인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같은 해 12월에는 김동희 법률대리인 두우가 "김동희 본인의 고소인진술, 선생님들과 동창 친구들의 진술서, 초등 중등학교 생활기록부사본 등을 제출했으나, 오랜 시간이 지난 초등학교 때 일이고, 서로의 입장 차이와 주장을 뒷받침 할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황이기에 무혐의라는 수사 결과가 나왔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히며 마치 김동희가 학폭 무혐의를 받았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김동희 학폭 무혐의가 아닌, 김동희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학폭 폭로자의 무혐의였다. 법무법인 두우 측은 보도자료에 대한 문의는 일절 받지 않았으며 엔피오 측도 이 보도자료와 관련해 침묵을 택했다. 이에 실제로 '김동희 학폭 무혐의'라고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결국 보도자료까지 교묘하게 썼다는 괘씸죄에 피해자 측이 언론 인터뷰에 나서면서 결국 김동희는 학폭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학폭과 더불어 잘못을 인정하는 과정이 깔끔하지 않았기에 김동희는 이미지 추락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 김동희가 '유령' 속 불행한 시대에 희생된 청년 역할을 얼마나 잘 소화했든 간에 불편함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지난해에는 김정현 가스라이팅, 학력 논란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서예지가 활동 중단 후 tvN '이브'로 복귀했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어내지 못했다. '이브'는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재벌의 2조 원 이혼 소송의 내막을 다루는 치정 멜로. 극중 서예지는 대한민국 0.1%를 무너뜨리기 위해 13년간 인생을 건 복수를 설계한 여자 이라엘을 연기했다. '이브' 측은 표면적인 이유로는 "촬영 스케줄이 바빠서"라고 했지만, 서예지의 논란을 의식한 듯 제작발표회도 진행하지 않았다. 배우의 개인적인 논란이 작품에 편견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한 처사였을 것으로 보인다.
서예지의 연기력은 논란 전부터 많은 이들에게 인정 받은 터였다. 장점인 낮은 목소리와 정확한 딕션, 도시적인 이미지가 잘 보일 수 있는 이라엘 캐릭터로 돌아왔지만, 서예지 역시 자신을 둘러싼 논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서예지의 사생활 논란과 더불어, 선정성, 노출 신들만 초점이 맞춰졌고, 서예지의 연기력이나 칭찬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어 '반쪽짜리 복귀'라는 평에 만족해야 했다.
27일에는 서예지와 함께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김정현이 MBC 새 금토드라마 '꼭두의 계절'로 컴백한다. 김정현은 2021년 전 여자친구인 배우 서예지에게 가스라이팅 당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이후 방송 도중 하차한 '시간' 제작발표회 당시 상대 배우인 서현의 팔짱을 거부하는가 하면, 쳐다보지도 않고 시종일관 무표정을 보였던 태도 논란이 재점화 됐다. 이와 함께 김정현이 서예지의 가스라이팅으로 스킨십이 없도록 대본 수정을 요구하고 서현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그가 주연을 맡은 '꼭두의 계절'은 99년마다 인간에게 천벌을 내리러 이승에 내려오는 사신(死神) 꼭두가 신비한 능력을 가진 왕진의사 한계절을 만나 벌이는 판타지 로맨스물. 김정현은 저승신과 의사, 1인2역으로 임수향과 멜로 호흡을 맞춘다. 김정현의 복귀는 순탄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김정현의 이름 뒤에는 서예지의 가스라이팅 의혹이 따라붙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