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마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6월 19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선물한 아우루스 차량을 직접 몰고 있다. ⓒ뉴시스(조선중앙TV)
김정은의 애마는 푸틴 대통령이 선물한 최고급 리무진 ‘아우루스’다. 두 대나 받았다.
푸틴이 평양을 방문(2024년 6월 18일~19일)해 김정은과 운전대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우의를 과시하던 아우루스 정면에 ‘7·27·1953’이란 번호가 붙었다. 북한 최고 권력자들의 차번호에 관심을 가진 계기다.
1953년 7월 27일은 ‘정전협정’ 체결 날이다. 북한은 승리한 날, 이른바 ‘전승절’이란 이름으로 기념한다. ‘7.27 행진곡’을 부르고 경축 공연도 한다.
수십만 명이 전장에서 죽고 다친 중국을 배제하고, 러시아가 선물한 승용차에 승리의 날을 박은 김정은, 이는 북·러 관계의 현주소를 상징한다.
첫 관심은 김정은이 선물 받은 아우루스 두 차 모두에 ‘7·27·1953’을 달았을까 아니면 다를까, 다른 최고 권력자들이 ‘7·27·000X’인 것이 확인됐기에 김정은 역시 한 차에는 ‘7·27·0000’이나 ‘7·27·0001’을 단 것이 아닐까였다.
올 초에 변화가 생겼다.
2026년 ‘신년경축공연’, 정확히 말해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31일 거의 자정에 공연장인 ‘릉라도 5.1경기장’에 나타났을 때는 ‘7·27·1953’이었다. 이어 1월 2일 ‘신의주온실종합농장건설장’ 격려차 전용 기차를 타고 왔을때 열차에 싣고 온 아우루스도 마찬가지였다.
‘7·27·0001’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은 이후 1월 19일 ‘룡성기계련합기업소 1단계 개건현대화대상 준공식’에서였다. 1월 20일 ‘온포근로자휴양소 준공식’, 1월 29일 은률군 ‘지방발전정책대상건설착공식’에서도 같았다. 이후 김정은은 ‘7·27·0001’만 타고 나타난다.
왜 ‘7·27·0001’일까. ‘7·27·1953’은 과거의 역사다. 김일성·김정일(물론 전쟁 시 어린애였지만 전쟁은 겪었다)이 이룬 영광에 이어 김정은 자신의 새로운 승리로 진군해야 한다. 자신이 그 우두머리라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절대적 존재임을 보여주기 위해 ‘7·27·0000’을 사용할 수도 있으나, 그 경우 누군가 ‘1’을 달아야 하는데 그 꼴을 보기 싫은, ‘첫째’에 대한 애착을 버릴 수 없는 김정은이 아닐까.
필자가 최근 칼럼에서 노동당 9차 대회를 김정은 우상화의 출발이라 지적한 대로 ‘7·27·0001’ 역시 그것과 궤를 함께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김정은의 다른 아우루스가 여전히 ‘7·27·1953’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올해 들어 ‘7·27·0001’만 공식석상에 노출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음 궁금증은 ‘7·27·0002’는 누가 타고 다니며, 다른 최고 권력자들의 차번호는 무엇인가였다.
북한의 영상·사진을 유심히 살펴보면, 주요 행사에 등장하는 최고위 인물들의 차번호는 보통 의도적으로 가린다. 김정은이 등장하는 행사 전체를 보도하는 조선중앙TV에 차번호가 노출 될 때도 있지만, 이는 아주 드물다.
이들 대부분 벤츠를 탄다. 한정된 리무진을 행사 때마다 참석자에게 분배 할 수도 있으나, 이들이 북한을 움직이는 실세인 만큼 현직에 있는 동안 차를 배당할 개연성이 크다.
그간 최고 권력층들의 차번호는 어지러웠다. 2025년 신년경축공연에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조직지도부장, 김정은의 최측근 수족인 조용원이 아내와 함께 ‘7·27·8242’를 타고 나타났다. 내각 총리 박태성은 ‘7·27·023’, 뒷번호가 세 자리인 번호판을 달았다.
2025년 10월 4일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 개막식에는 리일환(당시 정치국 위원·이번에 상무위원)으로 보이는 인물이 ‘7·27·0008’을 타고 왔다. 개막사를 한 조춘룡(당 정치국 위원 겸 군수공업비서)은 ‘7·27·0009’를 달았다. 동행한 다른 한 군 지휘자는 ‘7·27·0076’이었다.
이번 9차 당대회에서 실각했으나, 그전까지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 공식 서열상 김정은 다음이었던 최룡해가 ‘7·27·0002’를 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가 차에서 내리는 장면을 북한은 수차 보여줬으나, 번호판은 노출 시키지 않았다.
‘7·27·0002’에 대한 궁금증은 지난 2월 2일 풀렸다. 평북 운전 ‘삼광축산농장조업식’에 박태성 총리가 타고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의 ‘7·27·023’에서 큰 변화로, 단순히 내각 수장임을 넘는 김정은의 신임을 보여줬다. 9차 당대회 개최 전으로 최룡해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인 상황에서다.
이제 관심은 ‘7·27·0003’이다. 이번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재선됐으나 당 비서직과 부장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확인되는 조용원이 은퇴 당한 최룡해의 후임으로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박태성이 ‘2’에서 ‘3’으로, 조용원이 ‘2’를 받는 것이 규정상 맞으나, 김정은 마음이다. 당대회에서 박태성이 김정은에 이어 2번째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거명되고 다음이 조용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내각 총리 간 힘겨루기다.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최선희 외무상의 차다. 번호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두 가지 측면이다. 하나는 다른 이들의 벤츠 최고급형 S클래스(추정)와 달리 최고급 중 최고급인 ‘마이바흐’다.
또 하나는 선전매체가 다른 이들의 승용차는 차량 등급을 확인할 수 없게 하면서, 최선희의 차가 마이바흐임을 아예 대놓게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바퀴 휠 자체가 다르고, ‘V12’ 마이바흐의 ‘로고’가 선명히 보이는 장면을 여러 차례 화면에 잡는다.
최선희는 김정은 시기에 초고속 승진을 한 인물로,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중용되고 있다. 주요 행사마다 동행해 김정은 바로 곁을 지키며, 이번 당대회에서는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승진했다. 유일한 여성 위원인데다 유일하게 마이바흐를 탄다.
북한 주재 외국 대사,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의 중요 인사를 만나야 하는 외무상이란 특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큰 배려다. 우리도 마이바흐를 타는 각료는 없다.
2024년 2월 18일 첫 아우루스를 손에 쥐기 전 김정은의 의전 차량은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였다. 2024년 2월 8일 ‘건군절’ 76돌이 이 차의 마지막 등장이었다. 이후 이것을 최선희에게 배당 했을 수도 있다.
최선희의 마이바흐 이용을 선전매체를 통해 공식 노출 하는 것, 바로 김정은의 차번호 정치다.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 푸틴 등 세계 최강의 지도자를 상대하는 최선희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메시지다.
김정은이 나타날 때 앞뒤로 호위하는 차량 번호도 관심이다. ‘7.27’이 붙었지만, 뒷번호가 명확하지 않았고, 세 자릿수로 보였다.
2026년에는 정리가 된 듯하다. 선도 SUV 두 대에 각각 ‘7·27·9001’, ‘7·27·9002’가 붙었고, 후미 SUV는 ‘7·27·9003’이다. 뒷자리 ‘9’가 호위차용으로 보인다.
김정은에겐 벤츠의 최고급 SUV도 있다. 2024년 9월 13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이 자랑하며 직접 운전석에 앉았다. 차 번호가 ‘7·27·0000’일까, 당시엔 가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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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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