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여파, 지난해 아파트값 '역대 최대' 낙폭
전세가격 대비 매매가격 더 싼 아파트 늘어
수도권 아파트 3곳 중 1곳 '깡통전세' 우려
"아파트 시세파악 용이…전세사기 피해 가능성 거의 없어"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집값이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 지난해 아파트 가격 연간 하락률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집값이 급속도로 빠지면서 빌라·오피스텔뿐만 아니라 아파트도 '깡통전세' 위험이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의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가격은 한 달 전보다 1.98% 떨어졌다. 이는 2003년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산출한 이래 월별 기준 최대 낙폭이다.
서울의 주택가격은 1.96%, 수도권은 2.60% 내렸다. 지난해 계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고, 역대급 거래절벽이 지속된 탓이다. 전국의 아파트값은 2.91% 떨어졌고, 서울과 수도권은 같은 기간 2.96%, 3.66% 하락했다.
연간으로 보면 전국 주택가격은 4.68%, 서울은 4.75%, 각각 하락했다. 아파트값은 전국이 7.56%, 서울 7.70%, 수도권 9.68% 각각 떨어졌다. 부동산원 통계 산출 이후 가장 많이 내린 것이며 직전 침체기인 2012년을 뛰어넘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처럼 집값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수도권 아파트 3곳 중 1곳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매매가가 싼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 아파트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단지 및 면적별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매매 거래가 발생한 아파트의 23%에서 기존 전세 최고가격 이하의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아파트 단지 9863곳 중 2244곳이다.
전세가격 이하로 매매된 이른바 '깡통전세' 단지 비율은 분기별로 보면 1분기 9%, 2분기 8% 수준을 보이다 3분기 17%로 치솟았다. 4분기에는 39%까지 올랐다.
수도권 중에선 인천에서 이 같은 거래 비중이 연간 3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인천의 아파트 단지 1522곳 중 549곳에서 기존 전세 최고가 이하로 매매가 체결됐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는 48%에 이른다.
인천 미추홀구 소재 '주안더월드스테이트' 전용 84㎡는 2021년 12월 4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으나, 지난해 12월 같은 평형대는 그보다 1억원 떨어진 3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경기는 같은 기준 연간 30%, 4분기만 놓고 보면 45%로 조사됐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효성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는 지난해 5월 5억45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으나 같은 해 12월 5억5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서울은 인천, 경기 대비 깡통전세 비중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매매가격이 전셋값보다 더 싼 아파트 비율은 2022년 기준 2%, 4분기 기준 6%로 집계됐다.
하반기로 갈수록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줄 수 없는 단지 수가 늘어나는 셈이다. 빌라뿐만 아니라 아파트 전세 세입자의 보증금도 불안해지고 있단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빌라·오피스텔과 달리 아파트는 시세 파악이 수월하고 신축 단지의 경우 청약을 통해 분양받는 등 제도적 절차가 마련돼 있단 점에서 최근 임대차시장에서 발생하는 전세사기 피해 우려는 적다고 입을 모은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는 "문제가 되는 건 2년 전에 전세 계약을 한 세입자들이다. 지금 전셋값이 거의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아파트에서도 매매가격이 전셋값에 근접한 물건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2년 후 갱신계약 때 일정 부분을 월세로 돌리거나 집주인과 협의해 보증금을 낮추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만 아파트는 분양하는 주택사업자들이 전세사기를 우려할 만한 장사꾼 수준이 아니고 몇 채 안 되게 분양해 가격을 알 수 없는 빌라와는 다르다"며 "정상적으로 청약을 통해서 분양이 이뤄지고 일단 분양가가 정해져 있고 주변 시세를 잘 알 수 있어 (전세사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