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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새 회장 '내부vs외부'…이원덕 對 임종룡 '주목'


입력 2023.01.27 17:56 수정 2023.01.27 17:59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임추위, 27일 숏리스트 4명 압축

이원덕・신현석・임종룡・이동연

내달 1일 심층면접, 3일 추가면접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 2차 후보군에 오른 이원덕 우리은행장(왼쪽)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 우리은행 , 연합뉴스

우리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인선이 9부 능선을 넘었다. 내부와 외부 출신 인사들의 대립 구도가 더욱 분명해진 가운데,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특히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27일 오후 회의를 열고 우리금융 차기 회장 2차 후보군(숏리스트)을 결정했다. 이날 임추위는 “7명의 회장 후보자들의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능력, 도덕성, 업무경험, 디지털 역량 등에 대해 충분한 토론 끝에 내부 2명, 외부 2명으로 압축했다”며 “내부 2명은 신현석, 이원덕을, 외부 2명은 이동연, 임종룡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임추위는 지난 18일 1차 후보군(롱리스트)로 ▲ 내부인사 이원덕 행장과 박화재 사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등 5명과 ▲외부출신 임종룡 전 위원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이동연 전 우리FIS사장 등 3명 총 8명을 선정했다. 김병호 전 하나금융 부회장은 막판에 후보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추위가 숏리스트까지 압축하면서 차기 회장 경선은 가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원덕 행장과 임종룡 전 위원장을 유력 후보로 보고 있다. 대표 관전 포인트는 관치 금융 논란 속 차기 회장이 내부 출신인지 외부 출신인지 여부다.


1962년생인 이원덕 행장은 공주사대부고와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한일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우리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우리금융지주 수석 부사장 등을 거쳐 지난해 우리은행장 자리에 등극했다. 그룹 내 전략・재무・인수합병(M&A)・디지털 등 핵심 업무를 고루 담당하면서, 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강점이다.


최근 용퇴를 선언한 손태승 회장과도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왔으며, 포용력과 두터운 신망으로 임직원들에게도 긍정적인 평판을 얻고 있다. 지난해 ‘완전민영화’를 달성한 우리금융의 안정적 승계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다. 다만 이 행장은 지난해 3월에야 행장에 오르면서 그룹내 2인자로 입지를 굳혔는데, 1년도 채 되지 않아 지주회장으로 이동하는것이 빠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종룡 전 위원장(1959년생)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금융위원장과 국무총리실 실장(장관급),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을 지낸 ‘엘리트’ 관료 출신이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은행제도과장, 증권제도과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을 지냈으며 2013년부터 2년간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역임했다. 일찌감치 차기 우리금융 회장 낙점설이 돌기도 했다.


임 전 위원장은 자신이 롱리스트에 포함된 사실을 전달받고 최근에야 후보 수락을 결정하며, 차기 회장 도전 출사표를 냈다. 민관을 모두 아우르며 금융당국과의 소통 측면에서 내부 출신보다 우위를 선점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횡령, 불법 외화송금 등 잡음이 불거졌던 것을 감안하면 외부출신이 와서 그룹 안팎을 쇄신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문제는 ‘관치금융’ 여론에 따른 우리금융노조의 강한 거부감이다. 우리금융 노조 측은 “임 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장을 지내온 인물로 금융전문가로 볼 수 없다”며 “내부출신 인사로 내정해 관치 논란을 불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사모펀드로 우리은행이 중징계를 받은 것 또한 임 전 위원장이 현직에 있을 당시 규제를 완화해서 생긴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가 회장에 등극하면 영업중단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감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도 변수다. 이복현 원장은 전날 개최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임 전 위원장의 차기 회장 도전을 두고 “금융당국에서 특정 후보나 인물에 대해 말씀드리는 건 오해의 소지가 있어 적절치 않다”면서도 “회장 후보자 숏리스트가 일주일 만에 결정되는 과정에서 평가에 필요한 적정한 시간이 확보됐는지 걱정이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같은 내용은 이복현 원장이 임 전 위원장 후보에 대해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관료 출신인 임 전 위원장이 우리금융 회장 자리에 오르면 ‘모피아(재무부+마피아)’ 비판과 함께 그간 금감원이 강하게 제동을 걸었던 은행권의 감독·검사 기조에 대한 당위성도 퇴색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 원장은 기업은행장 유력 후보로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거론됐을 때도, 비슷한 맥락에서 반대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임추위는 숏리스트 후보군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PT)과 면접 등을 진행, 이르면 내달 단독 회장 후보자를 확정한다. 차기 회장 내정자는 3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 절차를 거쳐 최종 회장으로 선임된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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