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요금 인상 단행 맞서 소비 심리 위축 최소화
가전 불황에 역으로 프리미엄 라인 강화도
최근 어닝 쇼크 수준의 전년도 잠정 실적을 공개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상반기에도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제 하에 실적 방어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가전 시장 불황에 맞설 양사의 대표적인 새 전략 중 하나는 '저전력'과 '프리미엄'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전업계는 정부의 추가적인 전기요금 인상 단행으로 인한 가전 소비 심리 위축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전력 기술 개발 및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탄소배출량 감축 및 가전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 TV ·냉장고 등 대표 제품 모델에 저전력 기술을 확대 적용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은 제품 자체의 성능 개선과 인공지능(AI)기술을 접목시켜 에너지효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월 7000원 가량의 전기료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에어컨 신제품을 공개했다. 냉방효율을 대폭 높인 '2023년형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라인업과 필터 교체 편의성을 높인 '비스포크 큐브 에어 공기청정기'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에어컨 최상위 모델인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갤러리 외에도 전 모델이 에너지소비효율 1~2등급을 획득했다. 일부 제품의 경우 기존 1등급 기준보다 냉방효율이 10% 더 높은 '에너지 특화 모델'을 도입했다. 기존 제품보다 실외 열교환기 면적을 두 배 넓히고, 약 8% 큰 실외기 팬과 고효율 모터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비스포크 큐브 에어의 경우 'AI 절약모드'를 활용할 시에 실내 공기 상태에 맞춰 제품이 스스로 팬을 작동시켜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30%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LG전자 역시 최근 2023년형 LG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컬렉션을 출시하며 전 제품군에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을 추가하기도 했다.
총 1~5등급으로 분류되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은 숫자가 높을수록 전력 소모량이 많아진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난다. 통상 1등급 제품의 전력 효율이 5등급보다 40% 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전업계는 현재 개발 중인 저전력 기술을 본격적으로 각 주요 제품 라인에 탑재하면서 장기적으로 에너지소비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중이다.
아울러 업계는 가전 불황에 대형화 및 프리미엄 전략도 동시에 가져간다는 방침이다.삼성전자는 특히 TV 부문에서 하이엔드급 대형 제품에 주력하고 생활가전에선 스마트 가전에 집중할 계획이다. 가전 시장이 TV 시장 대비 규모가 큰 만큼 비스포크 가전 라인으로 수익 창출에 앞장서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열리는 'KBIS 2023'에서 데이코 빌트인, 냉장고, 오븐, 식기세척기 등 '빌트인 라인업'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데이코 빌트인 가전제품은 1000만~2000만 원대로 타사 가전제품보다 상대적으로 고가이며, 밀레·지멘스 등 고급 가전제품과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높은 가격대다.
LG전자 역시 'KBIS 2023'을 시작으로 빌트인 라인업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와 'LG스튜디오'를 차례로 선보인다. 사용자의 취향대로 구성할 수 있는 컬럼형 냉장고와 프렌치도어 냉장고, 와인셀러, 복합조리기기 프로레인지 등이 대표주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과 북미 시장의 경우 일반적인 가전 제품보다 빌트인 혹은 프리미엄 제품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며 "특히 빌트인의 경우는, 여러 가전이 포함된 패키지 라인을 구축해야 되기 때문에 저가형보다 기술경쟁력 혹은 수익을 내기에도 용이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