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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으로부터 날아온 '마통 연체 0원' 내용증명 왜


입력 2023.02.01 06:00 수정 2023.02.01 06:00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금감원 '대출 우편통지 관행 개선'

시행 10년째 "안내 충분치 않아"

인터넷은행으로부터 발송받은 대출만기 안내 내용증명. ⓒ데일리안 인터넷은행으로부터 발송받은 대출만기 안내 내용증명. ⓒ데일리안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이 모씨는 토스뱅크에서 1년 째 사용하고 있던 마이너스 통장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경험을 했다. 깜빡 잊고 만기일 하루 늦게 해지를 했는데, 얼마 후 채권추심 업체가 발송한 내용증명을 찾아가라는 우체국 안내문을 받은 것이다. 이는 은행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신용정보업체가 대출 만기 안내를 내용증명으로 보낸 것. 보통 내용증명은 소송에 휘말릴 때나 받는 것인줄 알았던 이 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국내 은행들이 대출 연체로 인한 금융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대상자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통지하고 있지만, 안내가 여전히 충분치 않아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모든 은행은 ‘금융당국의 대출 기한이익(약정한 기간 동안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채무자의 이익)상실 우편통지 관행 개선’에 따라 대출 만기시 안내문을 내용증명으로 발송 중이다.


은행여신거래약관(가계용)에 따라 원리금 납입이 한 달 이상 지체 등으로 기한이익을 상실하면, 상실일 3영업일 전까지 기한이익상실(예정)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이 때 반드시 내용증명으로 발송해야 한다. 앞서 일부 은행은 유선통지, SMS과 더불어 일반 우편을 발송하기도 했는데, 등기와 달리 우편물 도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사전 통지 여부에 대한 민원이 지속 발생해왔다.


기한이익상실은 은행여신거래에 따른 것으로 은행마다 상이할 수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대출 실행 +1개월 이내는 상환일에 납부가 되지 않더라도 연체가 아니라 미납으로 분류되지만, 마통은 미납일 경우라도 미납시작일자를 기준으로 기한이익상실예정 통지서를 발송하고 있다”며 “해당 고객의 경우 만기일이 지나서 해지를 한 것이라면, 만기경과 안내 우편물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내용증명은 손해배상청구, 계약 해지 통보 등의 용도로 사용되고 상호간의 거래에서 우체국에 날짜 증명을 위해 발송하고 있다”며 “기한이익상실예정 안내 등기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한 것으로 시중은행 모두 동일한 규정을 따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한이익상실 조건이 과도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은행여신거래 약관을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경우 기한이익 상실 시점을 이자 지급을 ▲2개월간 지체한 때 혹은 ▲분활상환원리금 지급을 3회 이상 연속해 지체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마통의 경우 이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다.


사연의 주인공인 이 씨는 “만기일을 어겼지만 사전에 이를 상기시키는 알림톡만 받았을 뿐, 유선 연락이나 문자는 받지도 못했다”며 “고금리에 마통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대출행태 파악 없이 일괄처리한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은 규정에 따른 것이지만, 인터넷 은행 고객센터는 대기가 길어 연결조차 되지 않아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관련 제도는 2013년 적용됐지만, 10년이 흘러도 대다수 소비자들은 이같은 내용을 모르는 분위기다. 마통 만기를 어겼다는 이유로 실제 은행의 내용증명을 받는 사례는 많지 않아서다. 내용증명이 법률 소송을 앞두고 증거를 남기기 위해 하는 조치임을 고려할 때, 연체도 없는 차주라면 불쾌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용증명이 갖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고객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순 있겠지만 이는 여신거래약관에 기재된 내용”이라며 “다만 약관 내용을 은행 직원이 대출 실행 전에 일일히 안내하는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기 기한을 어겨버리면 채무자에게 원금상환 의무를 조기에 발생시키고, 대출원금에 연체 이자가 부과 돼 결국 차주의 부담이 가중된다”며 “금융소비자 보호조치에 따른 조치로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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