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서버 조달 증가율 4.4%로 하향 조정…DDR5 교체 시기 '불확실성'
파운드리 4년 만에 역성장 전망…K반도체 상반기 적자폭 확대 가능성
글로벌 전역을 휩쓸고 있는 '반도체 한파'가 올 상반기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ICT 디바이스 수요 침체에 따른 스마트폰·PC·서버 출하량 감소로 이 기간 D램·낸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3년 연속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올해에는 역성장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황 회복이 더뎌질수록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적자 탈출 시점도 그만큼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IT 제품 수요 부진으로 올 1분기 D램 가격이 많게는 25% 가량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구글,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의 올해 평균 서버 조달량 증가율이 4.4%에 그칠 것으로 봤다. 당초 6.9%에서 2.5%p 하향 조정한 것이다. 지난해 증가율이 15.1%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상당한 업황 부진을 짐작케 한다.
빅테크들의 수요 감소로 글로벌 서버 출하량은 1.87%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이들이 주문을 줄이면서 서버용 D램 가격도 20~25%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트렌트포스는 진단했다.
디지타임스는 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서버 조달을 축소하면서 올해 1분기 글로벌 서버 출하량이 전년 동기 보다 10%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같은 업황 부진에 업계는 서버 교체가 예상 보다 더뎌질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인텔이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내놓으면서 하반기 DDR5 채용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나, 빅테크들이 지금처럼 서버 구매를 줄이는 한 교체 수요를 장담하기 힘들다.
서버용 시장 뿐 아니라 모바일, PC 시장도 마이너스 성장세가 예상된다. 가트너는 올해 글로벌 PC 출하량이 2억6767만6000대로 전년과 비교해 6.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태블랫과 모바일폰 출하량도 각각 2.9%, 4.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는 주요 수요산업의 성장세 회복은 2024년부터 가시화돼, 메모리 반도체도 이 때부터 반등이 예상된다고 했다.
메모리 반도체 뿐 아니라 파운드리도 올해 성장 둔화 분위기가 감지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높은 반도체 재고와 수요 부진으로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매출이 5~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이유로 트렌드포스는 파운드리 시장이 올해에는 4% 역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28.1%다.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경기 상황은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라며 "파운드리의 가동률 회복도 예상만큼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파운드리 성장세가 둔화되면 TSMC, 삼성전자 모두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선방으로 DS(반도체) 부문에서 간신히 2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불황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파운드리마저 역성장하게 되면 상반기 적자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DS 부문과 SK하이닉스가 올 상반기에만 3조원대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D램 업계의 생산 증가율이 사상 최초로 1~2%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3분기 이후 고객들의 재고가 충분히 축소되고 4분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살아날 경우 반도체 업황은 낮은 생산 증가율에 힘입어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