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서만 2222명 희망퇴직
'생산성 제고' 인력감축 불가피
행원 대신 디지털 인력 뽑는다
디지털 생존 기로에 선 은행들이 인공지능(AI)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역대급 실적 속에서도 행원들은 내보내고 그 자리를 ‘디지털 키오스크’와 ‘AI 행원(뱅커)’으로 채운다는 구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금융 가속화는 AI뱅커의 대중화를 더욱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에 불어 닥친 디지털화의 이면을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올해도 은행권의 인력 감축 바람이 매섭다. 연말연시 주요 시중은행에서만 직원 2200여명이 희망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금융이 가속화되면서 희망퇴직 제도도 정례화되고 보상 규모도 커진 영향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만 2222명의 행원이 짐을 쌌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 713명 ▲신한은행 388명 ▲하나은행 279명 ▲우리은행 349명 ▲농협은행 493명이다. 전체 규모는 1년 전과 비슷하다.
은행마다 차이가 있지만 희망퇴직자들은 연차에 따라 최대 39개월치 월평균 임금과 학자금 및 재취업 지원금 등을 특별퇴직금으로 받았다. 특히 퇴직 행원들이 1인당 평균 6~7억원씩 지급받아 이목이 집중됐다.
실제 은행들의 지난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경우 지점장급 희망퇴직자들은 최대 9억8000만원을 퇴직금으로 수령했다. 하나은행에서는 상위 5명의 희망퇴직자들이 모두 10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았다.
과거에 비해 희망퇴직 조건이 좋아지다보니 희망퇴직 연령도 만 40세까지 대폭 낮아졌다. 디지털·비대면 금융 전환과 맞물려 금융 환경도 급변하는 가운데, 더 젊을 때 떠나 ‘인생 2막’을 준비하자는 심리가 확산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은행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지점장은 물론 부지점장도 못달고 퇴직하는 직원들이 상당수”라며 “이같은 이유로 은행 노동조합 측에서 먼저 희망퇴직 정례화를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으로썬 막대한 비용을 들이더라도 직원들을 최대한 내보내는것이 생산성에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시중은행 직원 1인당 생산성은 평균 2억6500만원으로 대표 인터넷은행은 카카오뱅크보다 30% 낮은 수준이었다. 디지털 금융 전환으로 점포 내 최소 필수 인원도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통폐합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 점포 감소 규모는 ▲2018년 74개 ▲2019년 94개 ▲2020년 216개 ▲2021년 209개 ▲2022년(8월까지) 179개를 기록했다. 인공지능 은행원과 디지털 자동화기기가 도입될 수록 이같은 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3’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은행 고객 중 모바일을 이용하는 고객이 내방 고객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금융소비자의 82.1%가 최근 6개월 내 모바일 앱을 통해 은행 업무를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신규 채용도 디지털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신입 행원을 뽑은 정기 공채는 줄어드는 대신, 디지털・정보기술(IT) 인력은 상시 채용 중이다. 핀테크・빅테크와 경쟁하기 위해 일반 행원을 IT 개발자로 전환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역대급 실적 속에서도 은행권의 몸집줄이기는 계속 될 것”이라며 “단 공적 책임을 위한 신입 행원 채용,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 마련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AI뱅커가 온다②]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