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력 행사' 전익수 측, "예람이 살려내" 유족 절규 문제 삼아
故 이예람 유족, 재판 과정에선 아무런 소란도 일으키지 않아
변호인 항의, 조서에 기록돼…또 억울한 일 발생하진 않을까
"조치 취하겠다"는 재판부, 숙고한 뒤 다음 공판서 응답해야
"기자님 안녕하세요. 공군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입니다. 혹시 통화 가능하실까요"
지난 3일 기자의 이메일로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후 전화통화에서 그는 "지난달 16일 열렸던 이 중사 관련 공판 상황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연락했다"고 밝혔다. 이 말을 들으니 기자는 비록 한 달이 지난 재판이었지만 당시 상황이 또렷이 기억났다.
"무슨 일이실까요. 선생님"이라며 말을 건네자, 이 씨는 "기자님께서 그날 공판을 보셨을 때, 재판부가 전 실장의 편을 들어준 것으로 보이시나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제서야 그가 내게 전화를 건 이유가 짐작됐다. 기자가 그날 재판의 분위기상 재판부가 전익수 실장 편을 들어준 것 같다고 쓴 대목에 마음이 상하셔서 전화를 거신 것이었다. 한참의 해명이 이어진 뒤 이 중사의 아버지는 "예람이 재판에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며 힘없이 통화를 끊었다.
지난달 16일 재판은 이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군 검사에게 부당한 위력을 행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익수 공군법무실장에 대한 공판이었다. 당시 이 씨는 입정하려는 전 실장을 향해 "예람이가 너 때문에 죽었어. 예람이 살려내"라며 절규하듯 말했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한 서린 말에 법정은 이내 곧 숙연해졌다.
하지만 전 실장 측은 공판 과정에서 이를 문제 삼았다.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전 실장이 법정에 도착했는데,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가) 전 실장을 향해 큰 소리를 내고 욕설을 하고 출입구를 가로막았다. 이는 재판 공정성을 훼손하고, 피고인을 위축시키는 행위다"며 "다음 기일에 똑같은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재판장이 재발되지 않도록 엄중히 말해달라"고 당당히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변호인들 우려에 대해 잘 들었다. 추후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재판부 입장에서는 공판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이같은 말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해는 된다. 판사님 입장에서는 검찰 측과 피고인 측 의견을 고루 수렴하는 것이 의무이자 책무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재판부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이 중사 측 유족은 재판과정에서는 아무런 소란을 일으키지 않았다. 또 전 실장 측에서 이 중사의 아버지의 절규를 '위축 시키는 행위'라고 규정했지만, 이 역시도 사실이 아니다. 재판 시작 전 등장한 전 실장을 향해 한두 마디를 건넨 것뿐이고, 이마저도 경위들이 중재하자 울분을 삭였다.
공판 과정에서 전 실장 측 변호인이 재판부에 이같은 요청을 하게 되면 조서에 기록이 된다.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시작된 재판에서 이러한 주장이 기록됨으로써 또 다른 억울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우리네 속담에 단장지애(斷腸之哀)라는 말이 있다. 창자가 끊어질 듯한 슬픔이라는 뜻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이르는 말이다. 실제 이 중사의 아버지 이 씨는 30cm 장을 끊어내는 수술을 한 뒤 이날 재판에 참석했다. 먼저 하늘로 간 자녀를 잃은 부모의 고통은 경험해보지 않은 이상 누구도 알 수 없다.
재판이라는 과정은 인간사(人間事)에서 발생하는 일들의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이날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전후 맥락을 고려하는 것 역시 재판부의 덕목일 것이다.
전 실장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은 3월 13일 열릴 예정이다. "추후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재판부의 저의가 무엇인지 다음 공판에서 숙고 끝에 답해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