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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반려동물 전성시대'에 숟가락은 얹은 파양미화극


입력 2023.02.20 11:04 수정 2023.02.20 18:1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반려인들 공감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

국내 반려 인구 1500만 명 시대, 늘어나는 반려 동물 양육 가구에 맞춰 미디어도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사는 삶을 조명하고 있다. 과거에는 동물을 상품화 하며 귀여움을 강조했다면 최근 방송 중인 동물 관련 프로그램들은 반려동물의 상태를 점검하고 반려인들이 겪을 수 있는 실질적인 문제와 정보 전달까지 챙기고 있다. 이는 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로부터 접근한 콘텐츠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흐름이기도 하다.


대표 주자는 반려견의 문제 행동을 분석하고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한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다. 이 프로그램은 2015년 시작해 2018년부터 현재까지 시즌3가 매주 방송되고 있다. EBS '고양이를 부탁해' 역시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와 같은 포맷으로 고양이와 집사의 관계 개선을 위한 조언을 건넸다.


KBS2 '개는 훌륭하다' 역시 반려동물의 사연을 받아, 동물 훈련사 강형욱과 함께 동물 행동교정을 하고, 반려인의 인식 개선을 위해 힘썼다. 최근 종영한 tvN '캐나다 체크인'은 이효리가 캐나다로 입양 보낸 개들을 찾아 떠난 여정을 보여줘 유기견을 향한 따뜻한 관심을 당부했다.


동물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도록 미디어가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는 이 때, 불청객이 등장해 찬물을 끼얹었다. '청년경찰', '사자'를 연출한 김주환 감독의 '멍뭉이'다. 강아지의 대거 등장을 장점으로 내세운 '멍뭉이'는 민수가 결혼을 위해 11년 동안 키운 반려견 루니의 새 주인을 찾아주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결혼할 여자친구 성경(정인선 분)은 알고 보니 개침 알레르기가 있었고, 이 사실을 안 민수(유연석 분)은 그 자리에서 루니를 친척에게 맡기면 된다고 안심시킨다. 이후 맡아줄 친척이 없자 사촌형 진국(차태현 분)과 인스타그램 광고로 루니의 새 주인을 찾는다.


새 주인을 찾으며 반려견을 소품으로, 인간을 위한 도구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이는 반려견을 대하는 잘못된 태도를 지적하기 위한 설정이지만 처음부터 이해 되지 않는 민수의 결정으로 인해, 설득력이 떨어진다.


민수는 새 주인을 찾지 못하자 인스타그램에서 강아지가 행복하게 뛰어노는 사진을 본 후 루니를 부탁하러 제주도까지 향한다. 이 과정에서 상자에 버려진 새끼 강아지, 학대견, 안락사를 앞둔 개를 구조하며, 총 8마리의 강아지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같이 살지 못하게 됐으니 잘 돌봐달라"라고 말한다. 이는 정상적인 행동으로 볼 수 없으며 심지어 폭력적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민수가 트라우마를 겪었던 자신의 단독주택을 공사해 마당에서 루니를 키우기로 결정한다. 이 결말은 철저히 인간 중심의 해피엔딩이다. 파양을 결심한 인간이 자기 연민에 빠져 합리화하는 모습을 113분 동안 감상해야 한다.


많은 유기견들이 민수와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들로부터 버려지거나 아픔을 겪는다. 민수의 고민이 현실적이긴 하지만, 민수와 같은 결정을 하는 반려인보다는 공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다수다.


'반려견과 인간은 한가족이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면, 반려인들과 반려동물에 대한 더욱 세심한 관찰과 이해가 동반되어야 했다. 동물의 귀여움에 기댄 콘텐츠는 이제 설 자리가 없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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