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GV70 전동화 모델 양산 시작
리스 30%까지 확대… 가격·물량 대응
블루링크 평생 무료 서비스 출시
현대차가 '일단 되는 대로 다 해보자'는 태세로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정면 돌파에 나서고 있다. 법안 유예를 손놓고 기다릴 수 만은 없는 상황에서 당장 수익성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 공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복안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된 제네시스 GV70 일렉트리파이드의 출고 기념식을 개최했다. GV70의 전기차 모델로, 이 차의 생산 위해 현대차는 지난해 앨라배마 공장 내 생산라인을 다시 깔았다.
GV70 일렉트리파이드는 현대차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최초의 전기차로, IRA 법안 요건을 충족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GV70 전기차의 보조금 적용이 불가했지만, 올해 미국 재무부가 IRA 세액공제 대상 차량의 분류 기준을 일부 변경하면서 보조금 대상이 됐다.
IRA 기준에 따르면 승용차는 5만5000달러(약 6905만 원) 이하, SUV·밴·픽업트럭은 8만 달러(약 1억40만 원) 이하일 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 GV70의 분류가 '승용차'에서 'SUV'로 변경됐다.GV70 일렉트리파이드 기본 모델인 어드밴스드 AWD는 6만8500달러, 프레스티지 AWD는 7만2650달러로 둘다 8만 달러 이하라 보조금 기준을 충족한다.
안 그래도 IRA로 핸디캡을 안고 미국 시장에서 경쟁해야했던 현대차 입장에선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럭셔리 브랜드로 밀고있는 제네시스가 가격대가 높은 트림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북미의 물량을 전부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현지에서 생산된 물량은 대부분 미국 내에서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은 최대한 보조금을 받고 판매하지만, 보조금이 적용되지 않는 모델이 더 많은 만큼 현대차는 서비스도 대폭 확대 중이다. 전기차 소비자들에게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배터리 보증 기간이나 OTA(무선업데이트) 서비스 등을 테슬라 등 현지 경쟁 업체보다 길게 제공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블루링크+(블루링크 플러스)' 서비스를 출시하고 미국에서 2024년형 신차를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평생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소비자가 보조금을 받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는 없지만, 구매 이후에는 파격적인 애프터서비스를 약속받는 셈이다.
게다가 올해는 리스 프로그램을 이용한 판매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상업용 자동차의 경우 IRA 요건과 관계없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 점을 겨냥한 것이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 시장 리스 차량 중 전기차가 5% 미만이지만 이를 올해 3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리스 프로그램은 가격 인하나 마케팅 확대, 또 물량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등의 방법을 통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뚜렷한 방향은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는 현대차가 조지아에 건설 중인 전기차 공장에서 현지 생산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묘안이다. GV70 전기차 등 생산이 가능한 모델은 먼저 생산하고, 가격 정책과 서비스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점유율 하락을 막겠다는 계산이다.
IRA에 예외로 적용되는 틈새를 계속 노리면서도 자체적인 가격 인하만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확실하다. 보조금 미적용으로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현지 전기차 가격을 인하할 가능성도 높게 점쳤지만, 현대차는 잔존가치를 높이는 방향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리스 비중 확대에 따른 중고차 가격 하락에 대비해 현대차는 인증 중고차 사업도 서두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을 적용받지 못해 가격을 자체적으로 내릴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격 가치는 유지하면서 IRA에 예외적인 부분의 혜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 전까지는 불리한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점유율을 유지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