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만 1조2천억…1년 새 3천억↑
금융지원에 숨은 리스크 '진짜 위기'
국내 4대 은행이 중소기업에게 내준 대출에서 제 때 상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금액이 한 해 동안에만 30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1조2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덩치를 키운 가운데 부실 위험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 금융지원마저 종료되면 중소기업 대출을 둘러싼 진짜 위기가 고개를 내밀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에서 1개월 이상 상환이 미뤄지고 있는 연체액은 총 1조2489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33.3%(3120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이 386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4.6%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역시 3389억원으로, 우리은행은 3034억원으로 각각 8.7%와 40.2%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도 2199억원으로 55.7%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 부실 조짐의 배경에는 경기 불황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면서 주소기업 대출 전반의 연체 확대를 이끄는 양상이다.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금리도 부담 요인이다. 고금리 여파로 대출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차주가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중소기업 대출은 코로나19를 거치며 눈 덩이처럼 불어나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말 조사 대상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총 509조7777억원으로 전년 대비 8.4%(39조3749억원) 늘었다. 이들의 중소기업 대출 보유량이 500조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숨겨져 있는 리스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시행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3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금융지원 조치 해제 시 수면 아래 억눌려 온 부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염려다.
이 같은 금융지원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먼저 대출 만기연장은 2025년 9월까지 지속된다. 상환유예 조치를 받고 있는 차주는 오는 9월까지 이를 더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관련 차주는 다음 달까지 금융사와 협의해 유예기간 종료 이후 원리금에 대한 상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금리 인상에 따른 여신 건전성 리스크는 이자율이 정점을 찍은 이후부터 본격화할 공산이 크다"며 "이런 와중 코로나19 금융지원까지 종료되면 중소기업 대출을 둘러싼 부실은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