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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 만에…윤대통령, 한일관계 새 지평 열어젖혔다


입력 2023.03.01 12:02 수정 2023.03.01 12:02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尹, 104주년 삼일절 기념사 통해서

"일본은 보편가치 공유하는 파트너"

'식민지배 트라우마' 완전히 떨치고

수평적이고 대등한 한일관계 천명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제104주년 삼일절 기념사에서 일본은 우리에게 있어 지배·피지배라는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대등한 관계인 파트너로 변모했다고 천명했다. 범민족적 독립운동으로부터 한 세기 만에 '식민지배 트라우마'를 떨쳐내고 대등하고 협력적인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새 지평을 열어젖히는 의미 있는 연설을 했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삼일절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했다"며 "우리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해 세계시민의 자유 확대와 세계 공동의 번영에 기여해야 한다. 이것이 104년 전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외친 그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3·1 운동으로부터 104년, 해방과 건국으로부터 각각 78년·75년이 흘렀다. 그 사이 우리는 경제력은 물론 국제적 위상도 크게 성장하며 더 이상 일본과 지배·피지배 관계가 아닌, 국제사회에 동렬에 서서 공유와 협력을 논할 수 있는 선진국가로 변모했다.


이에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삼일절 기념사를 통해 조국 독립을 염원했던 순국선열들 앞에서 일본의 '식민지배 트라우마'를 우리가 명실상부 완전히 떨쳐내고, 이제부터는 일본과 대등한 자유세계의 구성 국가로서 연대·협력해 국제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오늘은 조국을 위해 헌신한 선열들을 기억하고 우리 역사의 불행한 과거를 되새기는 한편, 미래 번영을 위해 할 일을 생각해야 하는 날"이라며 "자유를 지키고 확대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은 한시도 멈춰서는 안된다. 그것이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선열들께 제대로 보답하는 길"이라고 단언했다.


尹 "변화하는 세계사의 흐름 못 읽으면
과거의 불행이 반복될 것은 자명하다"
북핵 위협에 한미일 협력으로 맞서
'보편가치 공유'로 안보 위기 극복 의지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3·1 운동 당시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고 독립을 훼방했던 것이 구 일본제국이라면, 그로부터 104년이 흐른 지금 우리의 체제를 위협하고 자유를 박탈하려는 것은 북한 집단이라는 점도 짚었다. 북핵 위협으로 촉발된 안보 위기를 극복해내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일본과의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104년 전 3·1 만세운동은 자유로운 민주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이었다"며 "그로부터 104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변화하는 세계사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불행이 반복될 것은 자명하다"며 "지금의 세계적 복합위기, 북핵 위협을 비롯한 엄혹한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104년만에 한일관계 수평적 재정의
'의미 있는 연설'에 일본도 민감한 반응
"일본은 협력 파트너" 제목으로 타전
"공통 가치 가진 국가와의 제휴 자세"


윤석열 대통령과 영부인 김건희 여사 내외가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태극기를 들고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처럼 윤 대통령이 104년 만에 한일관계를 대등한 수평적 관계로 재정의하면서,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자유·연대·번영의 가치 아래 일본을 '보편가치를 공유하는 협력 파트너'로 규정한 것과 관련해 일본 언론도 속보를 타전하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일본 최대의 민영 뉴스통신사 지지통신(時事通信)은 윤석열 대통령의 기념사 직후 "일본은 협력 파트너(日本は協力パートナー)"라는 발언을 제목으로 뽑으면서, 윤 대통령의 기념사를 미래지향(未来志向)이라고 분석했다.


지지통신은 "윤 대통령이 일본은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경제·글로벌 아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다고 강조했다"며 "과거를 고집하는 것보다 일본과의 협력의 중요성을 전면에 내걸면서 미래로 향해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특히 이같은 발언이 일본의 식민지배에 항거했던 1919년 3·1 독립운동 기념사에서 나왔다는 점을 주목하며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연대·협력해 세계시민의 자유의 확대와 공통의 번영에 기여해야 한다는 호소는 일미(日米) 등 공통의 가치관을 가진 국가와 제휴해나가자는 자세"라고 분석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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